이날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하 위원은 “현재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면 체질개선이나 펀더멘털의 변화는 거의 없다”면서 이 같이 내다봤다.
그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기존에 거품을 야기했던 것들이 붕괴되면서 대규모로 후유증을 치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을 대응하는 방법들은 새로운 거품을 조성하는 노력들이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사례로 그는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를 언급했다.
하 위원은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처럼 거품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올해 환율전쟁이라는 단어가 다시 나올 정도로, 보호주의 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경우, 새로운 금융환경의 변화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하 위원은 “현재 가계부채와 부동산 장기 침체가 국내 경제의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대내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이 두 가지를 꼽았다.
이밖에 그는 “물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공공요금 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깊게 자리잡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면서 “또한 국민 경제의 부분 간, 계층 간 불균형이 심각한 점도 정책 운용에 있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대외 개방도와 해외 의존도 등으로 인한 외국 자금 유출입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하 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원화, 외화시장 둘 다 외국자금에 의해 흔들리는 ‘천수답’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거시건전성 부담금 등 자본유출입 규제 3종 세트와 외화예금 확충 등으로 일부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천수답(天水畓)은 '물의 근원이 전혀 없어 빗물에 의지해 경작하는 논'이란 뜻으로, 해외 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출렁이는 국내 경제를 흔히 비유하는 말이다.
끝으로 그는 정책당국의 신뢰구축을 당부했다.
하 위원은 “정책당국이 원칙대로 투명하게 정책을 수행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책당국은 항상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