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은행(BOJ)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함과 동시에 비관적인 글로벌 경제전망이 나오면서 '환율 전쟁' 논의에 불을 댕겼다. 미국 주가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엔화 가치가 10% 이상 하락하는 등 양적완화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 주택 가격은 치솟았고 정크본드 수익률은 처음으로 6%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셋째 날인 25일에는 'No 성장, 금융완화'란 주제의 세션을 열기로 했다.
개막 첫날부터 중앙은행의 환율 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독일의 분데스방크 전 총재이자 UBS 회장인 악셀 베버는 "중앙은행이 시간을 벌 수 있으나 장기간 이슈를 고칠 수는 없다"며 "국내에서의 게임만 생각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양적완화는 거대한 환율실험이며 역사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웃나라를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을 각국이 채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저를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를 발표한 일본을 겨냥한 비난이다. 알렉산더 슈만 독일 상공회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 문제가 다보스포럼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신흥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맞서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일본의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아베 신조 총리가 양적완화에 더 불을 붙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럼에 모인 경제관료 및 재계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치중하다가 본연의 임무인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소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원의 아담 포센 소장은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의 단기적인 수익을 취하고 장기적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암울한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기에 앞서 유로존과 일본의 경기침체가 글로벌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를 실시할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26일 글로벌 경제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하면서 영국의 EU 탈퇴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포럼에 모인 재계 인사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결정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광고그룹 WPP의 마틴 소렐 회장은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국민투표 시행은 더 많은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것은 경제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 최고경영자(CEO)도 "영국은 EU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2600여명 가운데 재계 인사가 70%를 차지했다. 다만 지난해 참석했던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해 230여명의 CEO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계 인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대거 참여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먼삭스 CEO를 비롯해 JP모건·BOA·시티그룹·모건스탠리의 CEO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