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국무총리 후보의 인선기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관 제청권이 있는 국무총리 인선은 ‘박근혜 정부’ 조각의 핵심이다.
그동안 영남권 대통령의 탄생으로 대탕평 차원에서 ‘호남 총리론’은 당연시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출신지역에 구애받지 않는 ‘인물론’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인물론’의 급부상은 철저히 능력을 우선시해야하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호남 출신으로 지역을 한정하면 인재풀이 협소해진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호남출신으로 총리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10일 “소통하고 통합하는 총리가 중요하지, 어느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총리를 만들어준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삼정KPMG 주최로 열린 신년 조찬세미나에서 “나는 군번이 지난 사람”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도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이와 관련, “총리 한 사람을 호남 출신으로 뽑는다고 호남을 어루만지고 달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김황식 총리도 호남 출신인데 호남이 김황식 총리를 호남 총리로 인정하고 탕평 인사로 같이 간다고 생각했다면 투표로 나타난 호남 민심이 이 정도로 지역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당선인 측은 이른바 인위적인 지역안배가 인재풀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고 판단, 능력 위주로 인사 대상의 폭을 대폭 넓혀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처럼 호남 출신이면서 능력까지 갖춘 인사가 1순위이지만, 지역에만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부산 출신), 목영준(서울 출신)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안대희(경남 함안) 전 대법관은 법질서와 국민 안전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기조와 맞물려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김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2004년 여성 최초로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2011년 권익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에 힘써왔다. 부산 출신이지만 18대 대선에 출마했던 남편 강지원 변호사가 전남 완도 출신이라 어느 정도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
목 전 재판관은 2006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동 추천할 정도로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갖춘 인사로 평가된다.
특히 두 사람은 모두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 당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쳤다는 점에서 ‘검증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대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로 박 당선인의 당선에 기여한 충청과 강원 출신을 배려할 가능성도 있다.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합당해 충청지역 표 몰이에 일조한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 박 당선인과 친분이 두터운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유다. 국회의원 7선에,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순형 전 의원(충남 천안)도 총리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리보다는 사정기관장에 호남 출신을 배려하는 게 오히려 호남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 측이 호남 총리를 고집하지 않으면서 감사원장·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등 5대 권력기관장을 포함한 행정부처 요직에 호남 인사를 적극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가 작성한 ‘인수위 운영 개요’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총리 후보자를 물색해 오는 20일 전후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