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위시한 세계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으로 투자여력은 늘었지만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변경과 엔화 약세 등이 자금 유입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라 외국인의 공격적 매수세가 누그러뜨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다만 세계적인 위험 자선 선호 추세와 과거 1월에는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18거래일 동안 3조6000억원 가량을 쓸어담았다. 하루 평균 2000억원어치를 사들인 셈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급감했다. 2일부터 8일까지 일평균 순매수 규모는 700억원에 불과해 지난달 평균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외국인 투자자 유출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다. 미국 재정절벽 협상이 계속 늦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재정절벽 협상은 지난 1일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의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절벽 협상 이후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양적완화정책의 조기 종료 가능성 제기와 세계 3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갈 금액은 약 9조원으로 추정된다.
환율 변동도 외국인 순매도 약화의 원인이다. 원화 강세는 차익을 노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지만, 정부 개입이 예상된다. 특히 엔화 약세는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감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을 일본 증시로 끌어들이고 있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효과가 증시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고, 정부 개입에 따른 환율 효과 약화로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곧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위험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상황에서, 신흥국 증시 매력이 높은 것을 감안해서다. 엔화 약세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주변 국가들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미국계 자금 또한 양적완화 효과를 반영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영국계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유럽쪽에서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외국인이 1월에 대부분 순매수를 기록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0년이후 13년 동안 외국인이 2008년을 제외하고 모든 해의 1월에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