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벌2세 공주님으로 태어나 여성 CEO에 오른 이들은 많았지만, 밑바닥부터 시작해 최고경영자에 오른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성은 안 된다'는 편견을 뚫고 남성들과 당당히 경쟁해 조직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수경 한국P&G 사장이다. 그는 P&G그룹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3년 만에 배출한 첫 여성 CEO다. 특히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인물로 유명하다. P&G는 페브리즈·질레트·팬틴·오랄비·위스퍼 등 다양한 브랜드를 생산·판매하는 다국적 소비재 기업이다.
이 사장은 1994년 생리대 브랜드 위스퍼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한국P&G에 입사한 이후, 다양한 P&G 제품 브랜드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각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1위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해온 마케팅 전문가다. 이 같은 성과로 지난 2002년에는 한국P&G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싱가포르 아시아 본부로 자리를 옮겨, 한국·일본·호주·인도 등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총 11개국 헤어케어 마케팅을 총괄했다. 결국 지난해 입사한 지 18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며 성공신화를 썼다.
신은희 닐슨컴퍼니코리아 대표이사도 밑바닥부터 올라온 여성 경영인 가운데 하나다. 그는 1980년 닐슨컴퍼니 한국지사가 세워진 이래 첫 번째 여성 CEO다. 범위를 아시아·태평양으로 넓혀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신은희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와 미국 유타주립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네브래스카주립대 심리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한 이후 지난 1995년 닐슨코리아에 입사했다. 소매유통 및 소비자 조사본부 본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 200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12년 만에 초고속 승진한 셈.
그녀의 장점은 남성 못지않은 추진력이다. 실제로 한 번 내린 결정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 대표의 경영방침은 좋은 인재들이 동기부여 속에서 자발적으로 성장할 수 잇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신 대표는 팀워크를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평소 "나 혼자 잘나가는 엘리트 사원이 되기보다 회사 전체를 위해 기여하는 인재가 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업계 최초의 여성 점장인 홍정란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장도 사원으로 시작해 임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지난 198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신촌점 식품팀장을 거쳐 2013년도 정기인사를 통해 킨텍스점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25년간 식품분야를 맡아온 전문가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