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동산 대란' 세종시 가보니.."웃돈 6000만원 얹어도 집 못사"

2012-11-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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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입주 점포 절반 중개업소..매매·전세가 동반 급상승

정부부천 이전 본격화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단지 전경. [사진제공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첫마을 7단지 래미안은 금강 조망권 때문에 웃돈을 5500만~6000만원은 줘야 하고, 그나마 저렴한 첫마을 5단지 푸르지오도 최소 3500만원은 더 얹어 줘야 (거래가) 가능해요. 그나마도 남아있는 매물이 많지 않습니다."(세종시 한솔동 세종시티공인 오민아 대표)

정부 부처의 이전이 본격화된 최근 세종시에서 '부동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국무총리실이 세종시 청사에 입주한 데 이어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26일부터 이사를 시작한다.

'○○공인, △△부동산, □□공인…'. 지난 22일 찾은 세종시 첫마을의 아파트단지 내 상가에는 일반상점보다도 부동산중개업소가 훨씬 눈에 많이 띄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지역 상가에는 점포 209개(97% 이상)이 입주했으며 이중 103곳이 부동산중개업소다.

세종시 한솔동 에덴공인 최지혜 대표는 "최근 들어 집을 찾는 문의전화가 빗발친다"며 "첫마을에 입주한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너무 오른 데다 물건 자체도 거의 없어 요즘은 인근 원룸을 찾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매·전세가격 동반 상승세

첫마을에 들어선 아파트는 총 6520가구다. 입주가 90% 이상 진행됐지만 입주자의 66%가 대전·충청권 주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연말까지 세종시로 내려오는 공무원이 5개 부처 5200여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세종시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첫마을 6단지 힐스테이트'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매매가는 2억8000만원 선으로 분양가에서 5000만원가량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전셋값도 강세다. 이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1억7000만~2억원 수준으로 분양가에 육박하고 있다.

'첫마을 7단지 래미안' 역시 웃돈이 최고 6000만원까지 붙었다. 이 아파트 84㎡는 최고 2억9000만원을 웃돈다. 인근 한솔동 현대114공인 조은선 대표는 "단지 바로 앞에 금강이 흐르고 있어 조망권 프리미엄이 꽤 형성됐다"고 전했다.

같은 주택형 전셋값은 2억원 선으로 지난 추석 이후 약 두 달새 2000만~3000만원 뛰었다. 그나마도 전세물건이 많지 않은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원룸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가 많아졌다. 원룸을 구하려면 인근 금남면 용포리나 장군면 도계리까지 나가야 한다. 이곳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원 선으로 1년새 월세가 10만~15만원 올랐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급하지 않다면 새 아파트 분양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청약 경쟁률이 만만치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1일 청약을 받은 '세종 한양수자인 에듀그린'은 408가구 공급에 835명이 몰려 평균 2.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일 '세종시 호반베르디움 3차'도 1~2순위 청약에서 단 1가구만을 남기고 마감됐다.

올 3월 세종시 아파트 분양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는 박모씨(52·대전 거주)는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해서라도 세종시에 입성하고 싶지만 적정가격의 물건을 찾지 못해 속이 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종시 주변지역도 '들썩'

세종시에 입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변 지역으로 몰려들면서 세종시 인근 지역 아파트 매매·전셋값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KTX오송역과 인접한 충북 청원군 '오송 대원칸타빌' 84㎡ 매매가격은 2억9500만~3억원 선으로 지난 여름보다 7000만원가량 뛰었다. 전셋값도 올해 초보다 4000만원가량 올라 1억6000만원 선이다.

오송읍 오송정보공인 정명택 대표는 "KTX오송역 인근 지역은 서울 접근성도 좋고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운행으로 세종청사까지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며 "세종시에 전·월세를 구하지 못한 공무원이 이곳 주택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는 세종시와 BRT로 연결된다. 또 확장 포장된 노은~세종 간 연결도로인 세종로를 이용하면 15분 내로 세종시 정부청사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다.

인근 지족동 '열매7단지 현대1차' 84㎡는 2억9000만~3억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추석 이후 3000만원가량 올랐다. 전셋값은 2억원 이상이다. 인근 노은동 '열매11단지 계룡리슈빌' 102㎡도 매매가가 지난 6월보다 2000만원 올라 3억5000만원 선이다. 전셋값도 2개월 만에 2000만원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매매·전세가격 급등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며 "아파트 입주 본격화 등 주택 공급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세종시 주택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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