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때문에 도시개발사업 30% '표류'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부동산 시장 침체의 여파 때문에 표류 중인 도시개발사업장이 전체 지구 중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개발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데도, 장기간 개발행위 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14일 부동산 개발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도시개발법에 근거해 도시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지구는 모두 187곳, 107.22㎢로 집계됐다. 이는 면적 기준으로 분당 신도시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중 39곳, 2584만8065㎡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 착수 4년 이상 지났는데도 아직 주민보상이나 착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 미착공 사업지구가 2007년 시작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다. 2010년 4월 도시개발구역에 지정됐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와 주주간 갈등 때문에 주민보상계획도 제대로 진행 못하고 있다.

경상북도 칠곡 북삼지구 등은 구역지정 후 7년이 경과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12곳, 620만7180㎡는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 지정 3년이 넘어 1회를 연장(2년 이내 가능)했지만 구역 지정조차 받지 못했다. 향후 1~2년 안에 구역지정을 못하면 개발사업은 자동 취소될 전망이다.

이처럼 장기간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하거나 구역지정이 미뤄지는 사업지구를 합치면 전체 도시개발사업 면적 대비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충청남도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사업을 비롯 7개 지구(총 613만1341㎡)가 올해 하반기 취소되는 등 좌초하는 사업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도시개발사업이 표류하는 이유는 충분한 초기 자본금 없이 섣불리 사업을 개시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자금의 수혈이 어려워지는 사업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서 시행사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내자 25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고 수권자본금 증액 검토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일정한 형식요건만 갖추면 구역승인고시를 내주는데 그보다는 실질적인 사업수행능력, 즉 사업자금 조달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해다.

개발 지연에 따라 헐값에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 물건도 많다.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에서는 지난 9월 감정가 93억9971만원짜리 밭, 18억3700만원의 논, 9억5000만원짜리 과수원이 경매에 부쳐져 각각 반값 수준인 41억2000만원(낙찰가율 43.8%), 9억3700만원(낙찰가율 51%), 4억4300만원(낙찰가율 46.5%)에 팔렸다.

3년 넘게 구역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파주 캠프하우스 도시개발사업 지역에서는 지난달 감정가 8000만원짜리 연립주택이 5783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구역지정 후 4년이 지난 전주 만성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도 9월 6건의 농지가 경매에 부쳐졌다.

신 대표는 "취소됐거나 장기 지연되는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경·공매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데도 장기간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