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이 지핀 '친박 2선 후퇴론'이 범친이(친이명박)계의 목소리를 타고 강화되면서 친박 내부에서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는 친박내 강·온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유승민 "친박, 지도부·선대위서 총사퇴"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박근혜 대선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 당직자 등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김성태 의원도 "지금 이 상황을 이대로 안이하게 인식해서는 대선에서 어렵다"며 "후보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후보도 몸뻬 입고 머리 풀고서라도, 처절한 진정성을 갖고 야권 단일화의 이슈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대로 가다가는 2002년 이회창 대선 필패론의 아픈 경험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전체 의원들과 구성원들은 머리를 삭발해서라도 현재 단일화 프레임을 극복하려는 처절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선거를 지고난 뒤 당 지도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상현 의원은 "계급장 떼고 후보도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지방에 내려가 민생을 챙기며 뛰는 모습을 보여야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박 후보에게 의원직 사퇴를 권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친박간 내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의 경선 캠프 구성 때부터 잠복해 있던 소위 '근박(近朴·경선 캠프에 참여한 친박계) 대 원박(遠朴·경선 캠프에 참여하지 못한 친박계)' 간 갈등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범친이(친이명박)계는 원박과 공조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의 측근인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소위 친박이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서너 명이고 그 서너 명이 무슨 권한·권력을 누리고 호가호위하고 할 수 있겠느냐"며 반박했다.
◆경제민주화법 당론 결정 국감 이후로 연기
경제민주화 정책 방향도 이날 의총의 주된 의제였다.
이번 의총은 당내 소장파 의원들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경실모)의 요청으로 열린 만큼 재벌개혁의 방법과 범위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졌다. 경실모 측은 의총을 계기로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통과의 추진력을 얻겠다는 각오다. 경실모의 관련법안은 △경제사범 처벌 강화 △일감 몰아주기 금지 △순환출자 금지 △배임·횡령시 대주주 박탈 등의 내용을 담은 대주주 적격심사 강화 △제2금융권에 대한 금산분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은 아마 의견개진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겠지만 국정감사가 끝난 뒤 당론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올지 모른다"며 국감 이후 경제민주화 관련법 당론 결정 방침을 분명히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경제민주화는 보자기와 같은 특성이 있다. 안에 있는 물건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고 냄새도 다르게 나는 느낌"이라며 "보자기 안의 것이 어떤 내용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꾸 공개되다 보니까 오해와 논쟁이 많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경제민주화의 정의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경제민주화가 담는 범주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책의 종류는 어떤 것인지, 경제민주화의 효과와 부작용은 어떤 것이고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 없이 그대로 자꾸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일갈했다.
◆'진퇴양난' 박근혜, 출구는 없나
이같이 여당 내에서 인사와 정책 문제를 놓고 적전분열이 증폭되면서 박 후보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부산·울산 방문길에 나서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 후보는 울산 선대위 출범식에서 "국민을 편가르는 정치로는 미래를 열 수도 없고 세계 속에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들 수도 없다"며 "지금 국민이 정치에 바라는 것은 모두 화합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당 내의 분열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민주화 문제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성장과 복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금은 성장·복지·분배를 따로 생각할 수 없다"며 "한 틀에서 서로 엮여 돌아가는 성장과 분배,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경제민주화로, 경제민주화를 통해 구조를 보완, 시너지효과를 거두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