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고위층과의 잇따른 면담에 이어 중화권 최고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홍콩 청콩그룹 회장과의 전략적 제휴까지 성사시키는 등 중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챙기기 전략이 성과를 거두면서 미국과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중국을 발판으로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리커창부터 리카싱까지…중국에 꽂힌 삼성
삼성과 중국의 밀월 관계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이끌 대표적인 주자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의 잇따른 회동이다.
이재용 사장은 지난 6월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만난 데 이어 8월에는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와 회동을 가졌다.
이 사장이 중국 정부 고위층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선 것은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해서다. 삼성은 장기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은 지난 8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제16회 중국국제투자무역협의회 강연에서 "앞으로 금융과 건설, 의료, 정보기술(IT) 등의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중국 매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며 "철저한 현지화를 추진해 (외자 기업이 아닌) 진정한 현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삼성이 중국 챙기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막후 배경으로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전 세계적으로 반(反) 애플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의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 전방위 특허소송을 전개하고 있는 애플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1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직접 홍콩을 방문해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과 전격 회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날 이건희 회장과 리카싱 회장은 휴대폰 사업과 LTE 통신망 구축, 플랜트, 건설,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대해 광범위한 협력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대해 홍콩 현지 언론들은 리카싱 회장이 삼성과 손을 잡으면서 애플 견제에 나섰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동안 청콩그룹과 애플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가격협상 등을 이유로 애플과 마찰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콩그룹은 홍콩 내 최대 통신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에 리카싱 회장이 애플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삼성과 연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삼성, 중국 공들이기 성과 가시화
삼성의 이같은 노력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리커창 부총리는 지난 12일 열린 중국 시안 삼성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축하 전문을 보내 삼성의 노고를 치하했다. 중국 최고위층이 외국계 기업에 친서를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리 부총리는 이날 축하 전문에서 "정보기술(IT) 산업은 국가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필요하며 10㎚(나노미터)급 반도체 생산은 그동안 중국과 한국이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며 교류 협력을 지속해왔던 성과"라며 "(시안 반도체 공장 건설은) 서부 대개발 전략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안을 포함한) 산시성은 삼성의 앞선 기술을 흡수해 국가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에 대한 중국 최고위층의 지지는 향후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는 현재까지 중국 내에서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이 제기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조만간 중국에서도 특허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의 중국 내 입지 다지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 중국 현지 IT 전문가는 "미국 법원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삼성이 미국시장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됐다"며 "중국시장까지 애플에 내줄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중국 내에서는 삼성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며 "애플이 중국에서 미국에서와 같은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관계자도 "중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최고위층과의 면담 등이) 쉽지는 않았지만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꾸준히 추진되고 있으며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