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재수강은 수강 과목의 성취도가 낮은 과목을 다시 수강해 학점을 받는 제도다.
하지만 취업난이 과열되면서, 재수강이 학점세탁용으로 변질됐다. C학점을 맞는 학생들이 재수강하던 것이, 일부 우등생들 사이에서는 B+를 맞은 과목까지도 재수강하기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학점 부풀리기가 워낙 만성화되다 보니 취업·유학 때 국내 대학에서 얻은 고학점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공개한 2011년 182개 4년제 대학 평균학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별 대학 졸업생 가운데 A학점과 B학점을 받은 비율이 89.4%나 됐다.
이에 악용되는 제도들을 바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고학점 등 ‘스펙’(취업 등에 도움되는 조건)을 통해 청년실업을 뚫으려는 학생들로서는 ‘학교가 취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는 것이 아니냐’며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연세대 국문학과 김호진(23)씨는 “다른 학교 학생들은 재수강으로 학점 관리를 하는데 연대생만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니냐" 며 "학점을 후하게 주는 절대평가 과목, 영어강좌, 교직 과목 등을 잔뜩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과목을 또 듣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처음 수강하는 학생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재수강 폐지 찬성 입장도 있었다.
수도권 주요 대학 교무 관계자들 또한 재수강 제한 등을 통해 학점 거품을 빼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지만 실제로 학사제도를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고려대 관계자는 “재수강을 포함해 학사제도 전반을 바꿀 혁신적 개혁 방안을 연내에 마련,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재수강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동안 학생들의 반발 등으로 손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강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학점에 거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대학 학점은 상대적으로 짜다고 불만인 학생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학점을 더 내릴 수가 있겠느냐”고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