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에서 나오는 우려와 볼멘소리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소액대출 상품을 내놓자 2금융권이 자칫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서민들에게 소액대출을 해줬던 2금융권 업체들이 대출 실적 악화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저신용자들을 위한 중저금리 소액대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저축은행, 캐피탈사,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일부 업체들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4대 은행이 이미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소액대출 상품을 살펴보면 기존 2금융권 대출 상품에 비해 대출 조건이 파격적이다. 국민은행의 'KB행복드림론Ⅱ'는 개인신용정보사(CB) 5~10등급 고객에게 연15% 금리로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의 '우리 희망드림 소액대출'은 연 10% 안팎의 금리로 1~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한도는 최대 300만원.
신한은행의 '신한 새희망드림 대출'은 연 최저 12%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으로, 새희망홀씨 이용도 불가능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하나은행 역시 최대 1000만원 한도의 소액신용대출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보통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대출 금리가 30% 이상,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금리가 2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은행의 소액대출 상품은 저신용자들에게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2금융권을 이용할 때보다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아직 은행권의 소액대출이 시행 초기 단계이므로 당장 2금융권이 악재를 체감하진 않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어차피 신용카드 고객과 정책지원을 받는 고객층 자체가 다르다"며 "은행 소액대출이 2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2금융권 고객 중 상당수가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서민금융상담 대행사'에서 만난 한 은행 고객은 "자영업을 하면서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사용했는데 높은 금리 때문에 부담이 매우 컸다"며 "이젠 카드론 대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저신용자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했던 일부 저축은행은 은행의 저금리 소액대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신용대출이 핵심 상품이었던 저축은행은 새로운 상품 개발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소액대출 상품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솔직히 당황스러웠다"며 "당장 큰 변화가 있진 않지만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캐피탈사 관계자 역시 "신용대출 대신 자동차대출 등이 핵심 상품이기 때문에 타격은 덜 할 것으로 본다"며 "어쨌든 은행의 고객층이 넓어지면 2금융권이 손 뻗을 곳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