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공산당 18차 전대회를 앞둔 권력이양기에 시 부주석이 장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일부 서방언론들 사이에 무리한 추측성 과장 보도가 나돌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적에 의한 시진핑의 교통사고설을 제기했던 미국의 중문사이트 보쉰(博迅)’닷컴도 10일 두차례나 정정보도를 내고 시진핑이 최근 18대 준비로 매일 15시간 이상 일해오다 과로로 요양중이며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보쉰닷컴은 이에 앞서 ‘시진핑 부주석 제거를 노린 정적에 의한 교통사고 음모설’을 보도하면서 “만약 시진핑 부주석이 추측대로 암살테러를 당했다면 권력 투쟁의 정도가 이미 ‘전시상태’에 들어선 것”이라며 루머에 가까운 내용을 전파한 바 있다.
이와관련, 10일(현지시각) 영국 로이터 통신은 중국 최고 지도부 측근 인사의 전언을 바탕으로 “시 부주석은 수영을 하다 등(허리)쪽을 크게 다쳤으나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주요 지도자들의 동정을 봐도 보도된 바와 같이 정가의 변란과 시진핑의 이상설을 뒷바침할만한 아무런 징후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는 시 부주석을 대신해 10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헬레 토닝-슈미트 덴마크 총리와 만나 회견했다.
또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도 18대 전대회의 준비 공작의 일환으로 소조활동 등 일상 정치 활동을 특이 사항없이 수행중이며, 10일자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에는 시진핑의 지난 1일 중앙당교 개교 연설내용이 헤드라인으로 실려 그의 '건재'를 과시하는 뉘앙스를 내비췄다.
베이징의 서방 외교관은 "총서기 권력 승계가 있을 18차 전대회가 10월 중순으로 임박한 상황에서 때마침 시 부주석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추자 개연성을 토대로 전형적인 짜맞추기식 허위 보도가 터져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외교관은 지난 1970년대 초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도 지병인 방광염 때문에 외빈과의 면담을 취소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 고위 지도자들이 입원등의 이유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으며 지도자의 이런 동정에 대해 중국 당국은 상황을 극비에 부치는게 관례였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관계자를 인용, “중국 엘리트 정치가 빠른 사회발전을 따라 변화하지 못해 투명성이 결여되어 각종 유언비어와 추측이 나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국 정가 권력암투 및 시 부주석 이상설은 시 부주석이 지난 5일 베이징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 및 6일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와의 면담 일정을 잇달아 취소하고, 10일 헬레 토닝-슈미트 덴마크 총리와의 면담도 보류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증폭돼 왔다. 시 부주석은 지난 1일 베이징 중앙당교 개교식에 참석한 이후 10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보쉰닷컴은 당초 교통사고 배후에 최근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추종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으며 일각에선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계의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국가주석에 밀어올리기 위해 후진타오가 속한 공청단이 사고에 개입했을거라는 추측도 나왔다.
이번 중국의 권력암투 및 시 부주석 관련 추측성 보도와 관련해 중국의 불투명한 권력이양 시스템을 그 원인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 정치에 정통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국도 실은 지난 1992년 이후 10년주기의 안정화된 권력 교체 시스템을 굳혀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후진타오 현 총서기겸 국가주석은 10년간 장쩌민 총서기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서 권력 승계를 준비해왔으며 시 부주석도 5년전에 이미 후진타오 총서기의 후계자로 내정돼, 무난한 권력승계 절차를 밟아왔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2002년 11월 16차 전대회에서 총서기로 추대되면서 4세대 지도부의 출범을 대내외에 선포했고 2007년 10월에 열린 17차 전대회를 통해 후진타오 2기 체제를 열어왔다.
다만 시 부주석과 내년 3월 전인대에서 국무원 총리에 선임될 리커창 부총리 모두 카리스마의 부재와 함께 정치적 실적및 대중적 지지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이 정적들에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이 18차 전대회를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권력 교체의‘연착륙’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며 이번 권력 암투설을 빚어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