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법원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이 특허라고 주장하는 음악과 비디오 데이터를 서버와 동기화시키는 기술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의 모바일 특허 6건을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양 재판부가 이처럼 상반된 판결을 내린 것은 서로 다른 특허를 다룬 점을 감안해도 미국 이외 지역의 판사들이 미국 배심원 평결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과 호주의 법률전문가들은 '배심원들은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 필수적인 법적 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심원 평결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피터 마이클 바이스 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는 "독일 특허 재판관들은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의 판결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인다"면서 "그보다 더 먼 유럽과 동떨어진 외국의 판결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지적재산권 변호사인 존 스윈슨은 "미국 배심원의 평결은 합리적 이유가 배제된 결정이고 설득력도 없다"며 "법률적으로 배심원 평결은 거의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시각차는 삼성이 미국 배심원 평결 뒤에도 비교적 차분하게 후속방안을 준비할 수 있는 원인이 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배심원 평결이 이번 재판이나 전 세계의 소송에서의 최종적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애플의 주장과 거리가 먼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영국 법원은 애플에 "영국 애플지사 웹사이트에 '삼성이 아이패드를 베끼지 않았다'는 공지를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삼성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스윈슨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들은 배심원들에게 어떤 상품의 상업적 성공 여부 등 2차적 요소에 많이 의존한다"며 "호주 법원은 기술적이고 법률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데 비해 미국 변호사들은 상업적 관점에 너무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7일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의 심리와 일주일 뒤인 14일 독일 만하임 법원의 심리가 예정돼 있다.
삼성은 이번 심리과정에서 '디자인 특허 비침해'와 '애플의 통신 특허 침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선 사례를 기반으로 유럽에서는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미국 현지 법원의 판결과 다른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