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MB정권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수난기도 지속되고 있다.
정권 초기 각종 사업을 승인받으면서 승승장구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에는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당국의 칼끝이 롯데그룹을 겨누자 독점 수입 브랜드의 지위마저 자진해서 포기할 정도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미국 아동복 브랜드인 짐보리의 국내 독점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스스로 시정하겠다는 뜻을 공정거래위원회 측에 내비친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쇼핑은 국내 소비자들이 짐보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구매를 못하도록 해당업체 측과 관련 조항을 맺었다. 짐보리를 독점판매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이로 인해 짐보리 홈페이지를 이용하던 국내 소비자들은 구매경로를 차단당했고, 대신 롯데백화점을 통해 짐보리 아동복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격이 뻥튀기된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롯데 측이 책정한 일방적인 가격을 따라야 했고, 미국 현지보다 최대 5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자 고객들은 불만을 제기했고, 공정위는 지난 4월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결국 롯데쇼핑은 독점판매를 포기하며 백기 투항했고, 지난달부터 인터넷 직접구매가 가능토록 조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시점 차이로 가격 차이가 발생했다"면서 "이러한 점을 감안하지 않고 폭리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과거 미국에서 수입하는 시점과 현재 현지에서 판매 중인 시점 간에는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모호한 설명이다.
또 "국내와 해외 판매가격 차이로 인해 소비자자들이 불편함을 겪는다는 의견을 수용해 지난달 직접구매를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자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 공정위를 비롯해 국세청 등 사정당국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백지계약서 강요, 내부거래 과정에서 계열사 통행세 지시 등도 발각돼 철퇴를 맞은 상황이다.
이는 MB정권 초기에 잠실 제2롯데월드, 맥주사업 등을 승인받던 때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정부의 골목상권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미운 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회사 규모가 가장 큰 롯데가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모습"이라며 "불황으로 그룹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되는 전방위 압박에 경영진도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