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한국시간) 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가 애플에 10억4934만 달러(약 1조2000억원)를 손해배상하도록 평결함에 따라 최근 외국인 매도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7일부터 단 하루를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하락세를 이어가며 134만5000원에서 127만5000원으로 5.2%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이 지난 20일에서 24일 사이 1조9600억원 순매도하며 사전 매도공세에 나섰다. 이는 미국 소송결과가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나올 것이란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말부터 ‘갤럭시노트2’ 등 하반기 신제품 출시 기대감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30만원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차익실현을 노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며 지난 17일에는 다시 120만원 대로 밀려났다.
반면 애플 주가는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 평결 승리로 또 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20일에는 장 중 660달러를 돌파하며 시가총액 6230억 달러를 기록해 마이크로소프트가 1999년 세웠던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백기를 든 이번 미국 평결이 삼성전자 주가에 단기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악재가 삼성전자 주가에 선반영되긴 했지만 악재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어 심리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국내 증권가는 미국 배심원단의 손해배상액 평결 규모가 5000억~6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보다 두 배를 뛰어넘는 손해배상 액수로 결정됐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애플 소송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단기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배상액수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은 악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송 결과가 이미 삼성전자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점을 포함해 단기적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허 침해가 문제가 된 스마트폰은 구형인 갤럭시S”라며 “삼성전자가 배상금 1조2000억원을 모두 물어줘야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불확실성을 떨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 역시 “배심원단이 예상보다 배 이상 손해배상액을 책정했지만 이것이 그대로 확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이번 특허소송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실적 기대감이 여전해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