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안병광 유니온약품그룹회장이 29일 개관하는 서울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2010년 35억6000만원에 팔린 이중섭의 '황소'(1953년)주인이 밝혀졌다.
오는 29일 개관하는 서울미술관(관장 이주헌)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그룹회장이다. 2010년 6월 29일 열린 서울옥션 117회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이중섭의 '황소'는 국내 최고가인 박수근의 '빨래터'(45억2000만원)의 작품값을 깰 것인지 큰 화제였다. 당시 이 작품은 전화로 낙찰됐었다. 경매시장에서 팔린 그림주인이 알려진건 처음이다.
21일 서울 부암동 하림각에서 연 '서울미술관' 개관 기자간담회에서 안 회장은 "당시 소장하고 있던 이중섭의 '길떠나는 가족'과 교환하면서 차액을 현금으로 지불했다"며 "이번 서울미술관 개관에 이중섭의 황소를 공개한다"고 말했다.
'이중섭 작품'과 안회장과 인연은 30여년전 시작됐다. 영업사원이던 1983년 태풍 '포레스트'가 몰려왔을때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날 비를 피하려고 한 건물의 처마밑으로 들어갔다. 쇼윈도를 통해 그림이 하나 보였다.
35억6천만원에 팔린 1953년작 이중섭의 황소가 서울미술관 개관전에 공개된다. |
"소그림인데 뼈다귀같더라고요. 처음엔 저것도 그림이라고 그렸을까 생각했죠. 자꾸 보니 소가 상당히 화가 나있는것같더라고요. 나한테 돌진할 것 같은 모습으로 느껴졌어요. 안으로 들어가 그림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만원이라고 하더군요. 주머니엔 9천원밖에 없어서 밥값 교통비를 뺀 2천원을 깎아 7천원에 샀어요."
그러고 돌아서는데 주인이 그러더군요. "그거 그림이 아니고 사진입니다."
알고보니 진짜그림이 아니라 인쇄물이었던것. 안회장은 "그땐 이중섭 그림인지도 몰랐다"며 "집으로 돌아와 부인에게 그림이야기를 하면서 "돈벌어서 진짜 원작을 사줄게"라고 말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중섭과 인연은 87년 구상선생과 이웃이 되면서 이중섭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알게 됐다. "하지만 그때에도 이중섭의 작품을 사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는 안 회장은 이후 이중섭의 생애에 감동받았고 돈이 생길때마다 발품을 팔아 이중섭 그림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또 원작 '황소'가 경매시장에 나왔을때 바로 구입했고 부인과의 약속은 물론 미술관을 지어 소장하고 있는 이중섭의 작품을 모두 공개하게 된 것이다.
"기증이요? 생각없었습니다. 욕심을 냈습니다. 하지만 미술관을 만들고 완성될때까지는 내것이지만, 개관한 이후는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작품을 공유하고 향유하는 미술관으로서 국가의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안회장이 설립한 서울미술관은 1만3000평 3층 규모로 '석파정'과 연결되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안 회장은 "2006년 경매에 나온 석파정을 우여곡절끝에 65억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석파정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서로 안채 사랑채 별채등 4개동이 남아있다. 사랑채 서쪽뜰에는 600년된 노송(서울시 지정보호수 60호)도 있다. 서울미술관 개관과 동시에 석파정도 일반에 개방할 예정이다.
29일 문을 여는 서울미술관은 개관기념전으로 '둥섭-르네상스로 가세-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전을 11월21일까지 개최한다. 황소등 이중섭의 작품 34점과 이중섭의 절친 한묵 박고석 이봉상 손용성 정규등 우리 미술사의 뿌리가된 근대 미술가들 작품 73점을 1층에서 전시한다. 2층에는 백남준 변종하 이대원 전광영의 대작 작품을 볼수 있는 상설전도 동시에 열린다. 관람료 9천원.(02)395-0100
서울미술관 개관과 동시 일반에 개방하는 석파정. 600년된 노송이 웅장하다./사진=박현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