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족 "서두르지 말고 중장기 플랜 짜라”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침체된 주택 거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로 부동산 재테크족(族)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9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안은 다주택자의 거래세 부담 완화 등을 통한 주택 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시 유예가 적용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이 완전 폐지로 가닥을 잡으면서 다주택자들 입장에서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됐다. 다주택자들은 당초 올해 말까지 잉여주택을 처분하지 못할 경우 양도 차익의 50~60%를 세금으로 물어야 할 처지였으나, 이번 세제 개편으로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집을 내놓아야 했던 절박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단기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거래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라며 “장기적으로 다주택 투자에 대한 계획을 짜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세율(6~38%)로 과세하기로 했다. 현행법에서는 1가구 2주택의 경우 50%, 3주택 초과는 60%의 높은 양도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올해 말까지 유예된 상태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을 때 1가구 2주택자인 A씨가 현재 시세 12억5000만원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전용면적 85㎡)를 처분할 경우 50%의 중과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2006년 취득가액이 8억원이라면 4억5000만원가량의 양도 차익이 생긴다.

3년 이상 보유해 장기보유특별공제 15%(연 3% 5년)를 적용한 후 세율이 35%까지 낮아지면 양도세는 1억3388만원으로 50% 적용시(1억9125만원)보다 약 5737만원 줄어든다. 3주택자는 12억2950만원에서 약 95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단기 양도의 경우 1년 이내는 50%, 2년 내는 40%가 적용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각각 40%, 6~38%로 완화된다. 특히 2014년 말까지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1년 내 단기 양도도 한시 기본세율 과세가 적용된다. 아파트를 구입한 지 며칠 만에 다시 팔아 양도 차익을 남겼더라도 기본세율만 적용되는 것이다.

최고 60%까지 중과됐던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도 기본세율(6~38%)로 과세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가 새로 적용된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의 보유 요건도 3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줄어든다. 1가구 1주택자가 이사·혼인 등으로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됐을 때 현재 2년 안에 처분해야 양도세를 물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비과세 기간이 3년으로 완화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번 정책은 단기간 실효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고 국회 통과 등이 과제로 남아 있어 추이를 지켜본 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또는 거래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정확한 시행 시기를 파악한 뒤 부동산 거래를 해야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낭패를 막을 수 있다.

다주택자와 2년 내 단기 양도 시 중과세 폐지는 국회 법안 통과 이후 매각분부터 적용된다. 단, 단기 양도(1년 내) 기본세율 적용은 2013~2014년 취득분만 해당된다. 비사업용 토지는 내년 1월 1일 이후 매각분부터 양도세 중과 폐지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