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나타난 한국 기업들의 자화상이다. 5월 생산이 0.5% 증가하고 소비와 투자도 각각 0.7%, 0.1% 늘어나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지만, 6월 지표는 생산·소비·투자 모두가 마이너스인 경기침체를 가리켰다.
◆생산·소비·투자 동반 하락세…경기침체 현실화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서비스업 생산, 소매액, 설비투자 등 실물지표들이 주저앉았다.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광공업생산은 운송장비와 기계장비 쪽에서 부진을 보이며 전달보다 0.4%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8.2%로 전달보다 1.2%포인트 떨어져 지난 3월(78.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생산은 도소매, 음식·숙박업, 부동산업이 지지부진해 전달보다 0.4% 감소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소매판매는 승용차를 중심으로 내구재(-0.8%) 판매가 감소했고, 준내구재(-1.7%)와 비내구재(-0.2%) 판매도 부진, 전월보다 0.5%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보합세를 보였다. 다만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두 달 연속 감소했다가 0.5%포인트 올랐다.
정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 선행지수가 '플러스' 방향을 유지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원자재값이 내리고 건설수주가 상반기 투자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으며 재고도 많이 소진돼 일부 지표상 개선효과가 나타났지만 향후 경기방향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하반기 더 어렵다…심리만 보면 금융위기 때와 비슷
문제는 하반기에도 경기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부진한 상태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제심리가 악화되고 민간 체감경기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BSI는 71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67) 이후 최저치다.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가능성 등 유럽 재정위기 심화에 따라 기업들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심리지수까지 반영한 경제심리지수(ESI)도 92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정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 심리가 악화되면서 설비·건설투자 등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기 등락은 있겠지만 전반적인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민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6월에도 내수 위축이 지속됐는데, 특히 국내 기계수주가 4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것은 단기간에 설비투자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회복 신호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다보니 정부의 위기의식은 더욱 짙어졌다. 이날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KBS 라디오에 출연,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중심으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과도한 심리위축으로 경제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내수 부분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