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1일 발간한 '물가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2.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인 3.2%보다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 연평균 상승률인 4.0%와 비교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변동성이 큰 일부 품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6월 현재 전년 동월 대비 1.5%,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4%까지 하락했다.
신운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성장세 둔화로 수요압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국제원자재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확대 실시 등 제도적인 요인도 지표상의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기대를 조사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대체로 하향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실제 물가상승률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9월 4.3%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점차 낮아져 6월에는 3.7%를 나타냈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 2.2%에 비하면 일반인들이 체감하거나 예상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 국장은 "일반인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 있는 반면 전문가들은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아 생기는 격차"라고 설명했다.
수요측면과 비용측면에서도 향후 물가상승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수요측면에서 보면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성장전망이 낮아짐에 따라 물가상승압력도 완화될 것이란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비용측면에서는 국제원자재가격의 대폭 하락 가능성이 긍정적이 요인이다. 다만 가뭄 등 기후불순으로 농산물 직황이 악화되고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상승압력도 남아있다.
신 국장은 "향후 물가경로에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한편 한국은행은 앞으로 물가보고서를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정례적으로 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