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는 이날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협정을 비밀리에 추진한 이유에 대해 묻자 “상당 부분 절차상의 오해에 기한 것”이라며 “총리가, 국무위원들이 회의에서 국민 모르게 비밀리에 '짬짜미'로 처리하자는 것은 있을 수가 없고 그러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충분히 (설명)했다”는 정 의원의 말에도 김 총리는 “시간을 더 달라”며 말을 이어갔으며 의원들이 “사과부터 하세요. 사과부터”라고 소리를 지르자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이석현 의원이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총리가 사과 한번 안 했다”고 지적하자 김 총리는 지난달 29일 송구스럽다는 취지의 입장 발표를 언급했다.
그러나 “제대로 국민 앞에 사과하라”는 거듭된 요구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있어서 국민에게 오해드리고 걱정 끼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총리는 협정 명칭에서 '군사'가 빠진 것과 관련, “군사동맹의 성격으로 오해될까봐 중립적으로 희석시키려는 것이었지만 필요없는 짓을 했다”며 오해를 주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협정이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고 지난 6월26일 즉석안건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서는 “시간상 그렇게 됐던 것"이라며 "금년만 하더라도 5개 정도의 외교 관련 안건이 차관회의를 건너뛰어 행해졌다", "정부간 외교협정에 관련한 사항은 이렇게 즉석안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과거에도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것이 즉석안건으로 올라온 것을 당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처음 알았다"며 "과거 유사 사건의 처리로 볼 때 이는 통상적 사건의 처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정 필요성에 대해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이나 국익의 문제를 생각하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체결하는 게 마땅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해서는 “절차가 일부 미흡했더라도 국민을 속이는 행동을 했다면 아무 지적이 없더라도 저는 책임지고 물러난다”면서도 “정부 입장이나 과정을 안다면 국민이나 정치권도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국회의 이해를 구했다.
김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과 관련, "재판에 의해 확정돼야 하겠지만 거론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사명감을 망각하고 어처구니 없는 짓들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도 참담한 심정으로 걱정할 것” “대통령도 감회를 나타내는 기회가 있을 것”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태는 아니다” 등의 답변으로 이 대통령을 보호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외교참사의 몸통은 이 대통령”이라며 '뼛속까지 친일 행보'라고 날을 세우자 “근거가 뭔지 모르겠으나 대통령이 고려대학교에 다닐 때 한일협정 반대 데모를 주동해서 구속됐다. 어떻게 뼛속까지 친일이라고 하나”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진보신당 등 야당은 비밀협정을 ‘통상적 처리’라는 김 총리의 해임건의안은 가결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박은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총리의 말대로라면 이러한 비밀협정이 ‘통상적인 처리’였다는 점"이라며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통상적’으로 처리했을 중요 결정이 얼마나 많았을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총리 해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