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發 집값 하락 전국이 '휘청'…"시장 살릴 방법이 없네"

2012-07-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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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만에 하락 폭 전국 최고..재건축 단지 30~40% 떨어져<br/>부산·대전·경남도 침체 조짐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우스푸어에서 탈출하고 싶은 투자자들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이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던 2006년 말 이후 강남에 집을 산 투자자들은 이후 집값 급락으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5일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2006년 말 13.8%까지 올랐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후 상승 폭이 계속 줄어들면서 올해 6월에는 지난해 말 대비 0.7% 상승에 그쳤다. 서울의 경우 2010년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과 경기지역도 2009년부터 4년 연속 하락세다.

◆강남 '대치아이파크' 매매가 4년 반만에 6억원 '뚝'

지난 4년 6개월 동안 강남권의 집값 하락 폭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 특히 고가의 대형아파트는 비싼 가격만큼이나 하락세도 뚜렷하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2007년 말 이후 강남권에서 가장 매매가(시세) 하락 폭이 큰 아파트는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다. 전용 149㎡가 당시 26억5000만원에서 현재 20억25000만원으로 6억2500만원 떨어졌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61㎡도 32억원에서 현재 26억원으로 4년 반만에 6억원이 빠졌다.

하락률로 봤을 때는 이들 고가 아파트들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하락 폭이 더 크다. 투자성이 강한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들은 같은 기간 보통 30~40% 내렸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부동산 투자시장의 바로미터다 보니 상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난다.

개포동 J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4단지 전용 50㎡의 경우 2007년 12억원에서 현재는 급매물이 7억원대로 5억원이나 떨어졌다. 최고가 대비 41.6% 급락한 것이다.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한 개포시영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전용 57㎡가 현재 7억5000만원대로 12억원을 호가하던 2007년과 비교하면 37.5% 떨어졌다.

◆부산·대전·경남 등도 집값 하락…지방도 불안하다

지방은 분양시장만 뜨는 분위기다. 지난 몇년 동안의 공급 부족에 따른 수요가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신규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반면 이미 입주한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던 곳 위주로 매매 호가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거제시 아파트값은 올 들어 2.6% 떨어졌다. 지난해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개통 호재로 아파트값이 23.3%나 뛰었던 것과는 딴판이다. 거제지역 아파트값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계속 하락세다.

신규 공급 물량이 대거 증가한 경남지역도 6월 들어 아파트값(-0.2%)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산과 대전도 같은 이유로 올 들어 집값이 하락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H공인 사장은 "수요가 신규 아파트로만 몰리다보니 기존 아파트는 매매가 안되는 분위기"라며 "재건축 사업도 제대로 안돼 전셋값만 오르고 있어 수도권을 닮아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대전은 지난 2~3년간 다른 지방 광역시보다 공급이 많았던 데다 최근 세종시와 KTX역세권으로 청원군 오송이 주목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주택 거래가 안되고 있다.

대전 서구 봉명동 K공인 사장은 "작년에 도안신도시 등에 신규 아파트가 워낙 많이 풀렸고, 인근인 세종시로 관심이 쏠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대전지역은 찬밥신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 살릴 묘책은 없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 매매시장에 대해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지난 '5·10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재건축 등 부동산 전반에 대해 각종 규제를 풀었지만 오히려 집값은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13개월 만에 0.25%포인트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주택 거래시장에서 직접적인 파급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국내 경기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이같은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발표한 '2012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수도권 집값이 2%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 위원은 "극심한 수요 위축으로 수도권은 2% 내리고, 지방도 거래량 감소 및 상승세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정부가 세제 완화 등 부동산 대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하반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 심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분양가 상한제 등 참여정부(부동산 급등기) 때 만들어진 고강도 규제 조치가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부동산 관련 규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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