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한강 이남 11개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50.0%로, 2003년 4월(50.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서울 전체의 아파트 전세가율도 지난달 52.1%로 2003년 8월(52.4%) 이후 8년 10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이한 점은 최근 전셋값은 약보합 혹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도 전세가율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매매가격이 더 큰 하락 폭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은 0.3%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매매값은 1.5% 떨어졌다. 집값 하락세가 전세가율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최근의 전세가율 상승세는 전셋값 급등이 아닌 매매가 하락에 기인한다"며 "전셋값이 매매가에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집값 추가 하락 등의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매매 거래는 거의 실종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대표는 "전세시장은 비수기에 따른 이사 수요 감소로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매매시장은 유럽발 경제 위기와 주가 하락 등 불안한 대내외 경제 상황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당산동 H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세입자의 매매 수요 전환 사례는 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5.10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전세가율 상승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2~3년새 치솟았던 전세값이 피로감 누적으로 한동안 가격 하향 조정기를 보낼 것"이라며 "대외 경제 불안에 매매 구매 심리도 쉽사리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8% 올랐다. 전년 상반기(7.1%)에 비해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올 1분기 봄철 이사 수요로 소폭 상승세를 보였으나 4~5월 윤달로 인한 이동 수요의 감소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의 불안정이 지속돼 상승 폭이 많이 줄었다는 게 국민은행 측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