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불패(名品不敗)란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불황에 백화점 명품 매출마저 꺾였기 때문이다. 매년 20% 이상 신장하며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던 명품이 올해는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4월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백화점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줄었다. 백화점 명품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1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면 면세점과 온라인은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판매처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백화점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부자들까지 값싼 제품을 찾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통 채널 다각화는 곧바로 백화점 매출 저하로 연결됐다. 명품은 백화점 전체 매출 가운데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면세점시장은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내국인 구매 비중도 60%로 증가했다. 이는 백화점 고객이 면세점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온라인 명품 매출도 늘어났다. 지난달 국내 한 온라인몰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행수입도 주목받고 있다. 독점 판매권을 가진 공식 수입업자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다른 경로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는 방법이다. 진품 확인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만 백화점 수수료가 붙지 않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활성화하기로 발표하면서, 향후 병행수입을 통한 구매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부자들도 기존 백화점 대신 저가의 명품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을 뜻한다. 상위고객 10%가 백화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다.
이와 관련, 김지효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매출의 50.6%를 골드·플래티넘 클래스 고객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최근 명품 유통채널이 다양화되면서 백화점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