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경영감시를 위해 이를 도입한 자산운용사는 전체에서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당장 눈앞에 수익에만 급급해 준법ㆍ경영감시에 소홀한 바람에 법적 분쟁에 따른 대손충당금만 눈덩이처럼 쌓이게 된 것이다.
◆내부 준법감시체계 구멍
결국 자산운용업계 줄소송은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82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감사전담조직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전체의 15% 남짓인 13개사에 불과했다. 직원이 100명 이상인 회사도 8개사뿐으로 이 가운데에서도 절대 인력은 운용ㆍ영업 부문에 집중돼 있다.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 또한 35개사로 전체의 40%를 넘었다.
이에 비해 국내 자산운용사 관련 소송(제기ㆍ신청ㆍ확정ㆍ판결)은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만 34건에 달하고 있다. 전년 동기 18건보다 9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국 차원에서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산운용사 자체적인 준법감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ㆍ부당영업 관련 소송이 끊이지 않는 것도 내부적인 감사조직 부재나 인력 부족 탓"이라며 "법적 분쟁이 빈번한 곳에 대해서는 자체감사 활동 강화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내수 올인 '천수답영업' 탈피 관건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시황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는 내수시장에 사실상 100% 의존하면서 무리한 경쟁에 따른 불법ㆍ부당 영업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법적 분쟁이 빈번했던 자산운용사를 봐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 사이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수탁고를 빠르게 불리며 갑자기 업계 상위권에 진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송 관련건수 상위 1, 2위를 기록한 우리자산운용이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모두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우리자산운용은 우리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송만 올해까지 2년 만에 4배가 늘었다. 신규 소송까지 3건이 추가되면서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많은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 여파로 한때 100억원을 상회했던 이 회사 순이익 규모도 최근 2년 사이 10억원 내외로 줄어들었다. 해마다 쌓이는 대손충당금 영향이 컸다는 관측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서만 소송이 6배 증가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산운용업체가 선진 금융기법, 거대 자본을 무기로 1000조원을 상회하는 국내 펀드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며 "반면 국내 업계는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는 커녕 내수시장에서마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시장에서 투자은행(IB)업이 발달한 것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경제를 실현한 덕분"이라며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계도 재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