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등급까지 운운"… 나락에 빠진 스페인 경제

2012-06-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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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스페인 경제가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권의 위기를 막기 위해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지만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냉혹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3단계나 강등했으며 국가 차원의 추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13일(현지시간) 무디스는 스페인 신용등급을 A3에서 Baa3로 3단계나 강등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정크등급보다 한 등급 높은 단계로 밀려났다. 피치도 지난 6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 내렸다.

무디스는 스페인이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경제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며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무디스는 올해 스페인의 공공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9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무디스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신용등급을 더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가 은행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의 지원에 기대면서 시장의 신뢰가 더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스페인의 상황을 지켜본 뒤 3개월 내 신용등급 추가 강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이건 존스도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하향조정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건 존스는 스페인 은행의 부실이 정부의 취약한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추가로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협을 느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유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과 싸우겠다며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위기에 빠진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유럽의 재정·금융동맹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해 반대하는 독일의 분데스방크와 전쟁이라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라호이 총리는 오는 28~2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정책을 관철시키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라호이 총리의 발언은 역으로 경제난 극복을 위해 스페인이 매우 다급해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날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일보다 0.03%포인트 상승한 6.75%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재정 금융동맹에 부정적인 독일의 분데스방크를 적으로 규정해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잠재우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또한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EU와 협상을 벌여야 하는 스페인 정부에 공격적인 자세가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재정지출 삭감과 근로자 해고 규제완화 등 개혁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던 라호이 총리는 이번 구제금융 신청으로 어려운 정치적 상황을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오히려 투자자에게 스페인 스스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신뢰가 회복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피닉스 칼렌 여신전략 담당자는 "스페인에 대한 조치는 위험을 민간에서 공공부문으로 이동시킨 것뿐"이라면서 "스페인 정부의 재정이 더 나빠졌다"고 경고했다.

한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스페인의 위기에 대해 아직은 여유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은행권의 한 부분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한 것뿐이며 스페인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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