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수원 신임 사장 재공모가 10명의 후보 가운데 3명으로 압축되면서 순조롭게 매듭을 짓는가 싶더니 한 인사가 후보를 전격 사퇴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가 서류 및 면접심사를 통해 추천한 김균섭 신성솔라에너지 대표와 권홍기 현대중공업 부사장, 윤맹현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등 3명 가운데 윤맹현 전 사장이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
윤 전 사장은 사퇴 배경에 대해 “정부가 한수원 사장으로 고위관료 출신을 이미 낙점한 상태다. 서류면접심사 등은 일종의 요식행위”라며 “들러리가 아닌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보약 한 첩 먹이면 될 일인데, 독감을 심하게 앓고 있는 한수원을 말기 폐암환자 다루듯 해서는 곤란하다 ”면서 “상부에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면 조직문화가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조직문화는 경직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전 사장은 작심한 듯 “한수원은 지엽적인 회사가 아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란 인식을 버려야 한다”며 “일본 원자력계가 이러다가 단번에 망했다”고도 했다.
윤 전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신임 사장 공모가 거의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유력한 특정 후보를 지칭하면서 지식경제부와 한수원 모두 난감한 표정이다.
윤 전 사장의 언급대로라면 한수원의 신임 사장은 김균섭 신성솔라에너지 대표로 이미 내정됐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김 대표는 옛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으로,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등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낙점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도 “사장 내정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달 중순 경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사장을 최종 선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정부는 한수원 사장 공모를 코 앞에 두고 “한수원 내부 출신이 아니면서 조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인물로 다시 물색할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재공모 의지를 밝혀 의문을 샀다.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홍장희 전 한수원 발전본부장을 제치고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국 백지화되면서 공모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신임 사장이 누가 되든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이라며“정부 인사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