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 인하책으로 내놓은 알뜰주유소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알뜰하지 못한 가격에 가짜석유 판매, 경영난이라는 악재까지 '3중고'가 겹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28일 정부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전국 157개(자영주유소 110개, 고속도로 휴게소 47개)의 알뜰주유소를 이달 말까지 198개로 늘리고, 2015년 1300개로 확대해 전체 주유소의 10%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주변보다 크게 싸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면서 시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휴지·장갑·세차 등 부대 서비스도 없는 데다 값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굳이 발품을 팔며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서초구 알뜰주유소인 농협 하나로주유소도 휘발유가가 ℓ당 1998원으로 인근 SK만국주유소(1974원)보다 24원 비쌌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일반주유소에 비해 ℓ당 100원 정도 저렴할 것'이라는 전망은 온데간데 없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 전남 순천시에서 영업을 하던 P알뜰주유소가 한국석유관리원의 수시점검 도중 가짜경유를 판매한 혐의로 적발되면서 알뜰주유소 확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뒤늦게 정부가 알뜰주유소 판매 석유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석유관리원 석유품질보증프로그램 협약에 가입한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월 1회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조건에 부합할 경우 품질보증마크를 부여한다고 나섰지만 신뢰 회복 여부는 미지수다.
경기도 한 알뜰주유소 사장은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영업마진은 나오지 않고 있어 고민이 크다"며 "정부는 수시로 가격인하를 요구하지만 최근에는 손님들의 발길도 많이 줄어 영업도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업주들이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명분이 찾기 힘들어진 이유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안정됐을 경우 박리다매 형태를 취하고 있는 알뜰주유소가 더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으며, 이는 주변 주유소들과 제살깎기 경쟁으로 과열되면서 업계의 총체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식 주유소협회장은 "알뜰주유소는 기름값 안정대책이 아닌 유류세 인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며 "유례 없는 반시장 정책으로 주유소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