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펀드 보릿고개’를 어렵게 넘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이례적으로 모기업에 수십~수백억원대의 중간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운용사는 지난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실시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 20일 2009년 3월 이후로 두 번째로 지분 100%를 보유한 KB금융지주에 총 3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배당 기준일은 1월31일로 보통주 1주당 3912원 수준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데다 지난 2년 간 이익잉여금이 누적돼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주 17일자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1250원, 총 233억5750만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당기준일은 3월31일, 배당금지급 예정일은 6월5일 주주총회일로부터 1개월 이내다.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 거둔 순익(331억원)의 70%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 운용사는 지난 2011년과 2010년에도 각각 187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삼성운용은 매년 보통주 한 주당 1000원씩 배당을 해 왔는데, 올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주당 배당금을 25% 늘렸다.
이번 배당 확대로 지분 65.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삼성증권은 153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아울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은 2대 주주(7.7%)로 18억원, 이부진 사장(5.1%)도 12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받는다.
지난해 1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24.78% 하락한 신영자산운용도 배당금을 작년 1000원에서 올해 1250원으로 증가했다. 총 배당금은 80억원으로 순이익 대비 71.09%에 달한다. 이 운용사 역시 모회사인 신영증권이 85.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외국계 운용사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자산운용도 배당을 올해에도 두 배 늘렸다. 지난해 주당 850원을 배당했으나 올해는 15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했다가 3000원으로 다시 상향했다. 총 배당금은 120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 벌어들인 순이익 89억원보다도 많다. 이 회사 역시 알리안츠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해 배당금은 모회사로 향한다.
일본 금융투자회사인 스팍스그룹이 지분 70.1%를 보유한 일본계 운용사인 코스모자산운용도 1주당 2만3392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지난 1월 결정했다. 스팍스그룹이 출자한 이후로 배당을 실시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두 번째다.
이렇게 모회사가 사실상 10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운용사들이 배당을 하는 이유는 내부유보금을 쌓아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은 수익이 고객이 맡긴 자금 규모에 비례하는 구조여서 금융위기로 손실이 컸던 다른 금융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금을 갖고 있어봐야 투자할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도 운용사들이 중간 배당을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