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 조성주씨가 라인 인그레이빙 기법을 혼합시켜 전각으로서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하이퍼 전각'을 설명하고 있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돌의 껍데기’를 모두 벗기는 작업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돌에 일점일획을 한칼 한칼 새겨넣었던 지난 시간은 한마디로 뼈를 깎는 수행의 시간이었다.어느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졌고, 어려움도 풀리게됐다."
서예가이자 전각자인 국당 조성주(61)씨가 5만t 분량의 석인재(石印材)에 불교 ‘법화경(法華經·묘법연화경)’약 7만자를 새겼다.‘법화경’ 전7권 28품을 돌에 새겨 다양한 형태의 설치작품으로 완성했다. 작품들을 진열하면 높이 1.5m, 길이 70m의 공간이 필요하다.
서(書)·화(畵)·인(印)·조각·디자인이라는 동서양의 미학적 요소를 총동원한 종합예술작품이라는 평가다. 인장 재료인 석인재에 글씨와 그림을 그리고 이를 퍼즐과 모자이크 방식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설치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24일부터 6월4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특별기획전으로 선보인다.
조성주作.33관음도. |
고통과 노력, 투철한 집념없이는 만들어낼수 없는 땀방울의 집합체는 절망의 끝에서 탄생했다.
6년전, 빚보증을 서는 바람에 탕진한 가세앞에서 폐인된 그에게 불교무용가 전수향선생이 '법화경'을 내밀었다. 희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던 시절, 두꺼운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느날 책 한장을 넘겨본 그는 빠져들었다. 읽고 또 읽고 책이 닳도록 읽었다.
"법화경을 읽으면서 지면에 사경(寫經)을 하는 한계를 뛰어넘어 전각석 인재(印材)에 불경을 새겨넣겠다"고 마음먹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2000일. 고통과 고뇌를 거듭하며 완성한 전각작품 '불광'(佛光)이 탄생했다.
조씨는 "한국불교가 1600여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미술의 바탕을 이룬 불교미술이 진보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우주만물에 생존하고 있는 생명에 대한 사랑의 사상인 불교미술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1997년 5월에도 ‘금강경(金剛經)’ 5천400여 글자를 1200여방의 전각(인장) 작품으로 완성해 한국기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서예계의 거목 여초 김응현 계보의 구당 여원구씨 제자인 조씨는, 지난 2006년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파리 패션쇼에서 서예필묵을 각종 패션에 접목시켜 붓글씨의 멋과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작가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