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경제적으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정치적으로는 북한의 최대 동맹국이기도 하다. 한·중 FTA는 미국, 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과의 FTA를 마무리 짓는다는 측면도 있다. 이렇듯 한·중 FTA가 타결된다면 우리나라 ‘경제영토’는 전 세계의 67%로 넓어진다.
한·중 FTA를 서두르는 쪽은 중국.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두려는 입장이다. 농수축산물에 대한 국내 여론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 체제가 다른 중국과의 협상이 조심스럽다.
◆두 단계 새로운 협상 방식 채택
한·중 FTA는 과거 FTA와는 달리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농수축산물 등에 해당되는 민감품목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협정이 발효되면 중국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우리 농업생산이 최대 14.7%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민감품목을 어느 선에서 처리할지가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다.
협상은 1단계에서 양국의 민감품목을 어떻게 처리할지, FTA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등 협상의 뼈대를 짠다. 1단계에서 합의를 이뤄내면 2단계에서 구체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
정부가 양자 간 FTA에서 이런 방식을 적용한 건 처음이다. 미국이나 EU와의 협상에서는 품목군에 따라 서로 ‘주고받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정부가 아세안(ASEAN)과 같이 다자간 협정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1단계에서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2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중단할 여지를 준 셈이다.
민감품목은 다시 일반민감품목과 초민감품목으로 나뉜다.
이런 분석을 기초로 쌀과 같은 초민감품목은 양허 제외 품목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양국이 민감품목에 대해 이 같은 과정을 공식화해 협상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 농수축산업과 섬유업종을 민감품목으로 분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은 우리의 일반품목인 자동차와 기계업종을 민감품목으로 분류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협상기한 2년 예상?
한·중 FTA는 미국, 일본, 북한 등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체결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한·중 FTA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TPP가 미국에 있어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 중심의 경제방위 구상인 까닭이다. 한국은 TPP 참여 대신 한·중 FTA를 택해 미·중 간 경제 주도권 다툼의 핵심 축이 됐다. 잘하든 못하든 간에 한국은 미·중 사이에 끼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격이다.
중국은 한·중 FTA 협상이 2년 안에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 FTA 협상에서 일정부분 손해를 감내하고서라도 속도를 내 협정을 마무리해왔다는 점도 속전속결 타결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중국은 2010년 대만과 실무협상에 착수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마카오, 홍콩 등을 아우르는 중화경제권을 출범시켰다.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ECFA 합의 내용을 보면, 대만에 매우 유리한 비대칭적 합의란 점이 눈에 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는 중국이 경제적 실익보다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안보를 아우르는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욕심을 내고 있고 한국이 비중 있는 교역국이라 의외로 양보의 카드를 내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상민 중국전문가는 "한·중 FTA를 중국과 대만 간의 ECFA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설성"이란 반응이다. 중국에 있어 대만은 주고받는 식이 성립되는 상대국이 아니란 점을 간과하지 말라는 설명이다.
◆역외가공, 개성공단 VS 중국 나선특구
정부가 한·중 FTA 협상에서 '역외(域外) 가공 지역'을 '한반도' 로 합의하면서 개성공단과 북한과 중국 간 협력 사업이 진행 중인 나진·선봉, 황금평 경제특구 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07년 발효된 한국과 아세안 간 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역외 가공을 인정, 한국산 제품과 똑같이 관세 혜택을 받게 한 것처럼 나진·선봉과 황금평에서 만드는 제품에도 한·중 FTA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일부 지역과 한국, 중국 간의 삼각 자유무역이 이뤄지게 된다.
정부 소식통은 “한·중 FTA는 북한과 긴밀한 중국과 ‘경제동맹’을 맺는다는 특수성 때문에 남북 관계 개선도 염두에 두고 추진돼야 한다”며 “한·중 FTA 논의 과정에서 개성공단을 인정받고 나진·선봉과 황금평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중국을 경유해 중국산으로 탈바꿈해 한국으로 재수출될 경우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최석영 FTA 교섭대표는 "남북 간은 무관세 특혜를 적용하기 때문에 중국이 황금평 경제특구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중국을 경유해 수출하는 것보다 북에서 직접 한국으로 수출할 경우가 더 이익"이라며 "그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FTA를 맺으면 영역이 정해지게 마련인데, 한국과 중국이 한국의 관세영역과 중국의 관세영역이 특혜를 줄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정하게 된다.
중국이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는 한·중 FTA 역외가공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중 FTA 협상을 계기로 나진·선봉 경제특구와 황금평에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도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이 붕괴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생존하는 것”이라며 “한·중 FTA에 중국은 물론 북한도 호감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