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사를 하는 데 추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다. 기존 아파트는 소형이고, 이사를 간 집은 중형인데도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 가족이 선택한 아파트는 2년 가까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물건이었다. 입주 시점이 다가오자 다급해진 분양업체가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다 발코니 무료 확장, 중도금 무이자 등 다양한 혜택을 제시했다.
기존에 살던 아파트도 소형이어서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바로 팔 수 있었다. 이씨는 “집을 구입하는 데 추가로 들어간 것은 새 가구 장만 비용 정도였다”며 “새 아파트인 데다 집이 넓어 가족이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 가족처럼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실수요자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가 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신규 단지라도 중대형 아파트를 낮은 분양가에 공급하고 있는 데다 기존 주택도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가격뿐 아니라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고 있어 갈아타기 수요자에게는 지금이 적기다.
일부 중대형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 안팎으로 소형 아파트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물량도 상당수다.
서울 은평구 응암3구역을 재개발한 녹번역 센트레빌은 분양가 조건 변경을 통해 3.3㎡당 1100만원대로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고 있다. 계약금의 2~3%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서비스와 함께 교육비 일부도 지원해준다.
수도권은 더 저렴한 편이다. 경기도 양주시 덕정동 서희스타힐스는 분양가가 3.3㎡당 700만원 대,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목화연립을 재건축한 브라운스톤 백운은 3.3㎡당 900만원 대다. 남양주시 퇴계원면의 퇴계원 힐스테이트도 3.3㎡당 1000원대다. 주상복합단지인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3.3㎡당 1100만원 대에 공급됐다.
이는 몇년 간 지속된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 하락에 따른 것으로, 큰 평수로 갈아타는데 들어가는 추가비용 규모도 전체적으로 줄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소형에서 중형 아파트로로 갈아타는데 필요한 비용은 1억7642만원에서 1억3617만원으로 5년만에 4008만원 감소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중대형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은진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집 면적이 넓어지면 관리비 등 생활비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며 “추후 되팔 때 중대형은 소형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