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용수.사랑합니다.53*72.7cm.2012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보름달 뜬 밤, 벤치에 앉은 백호 두마리는 실눈을 뜨고 보란듯이 사랑을 속삭인다. 서슬퍼런 백호의 위엄은 버린지 오래된 듯하다. 매화꽃나무 아래서, 동백꽃밭에서 서로 부비고 안긴 두마리 호랑이들은 귀엽기까지 하다.
'호랑이'작가 모용수가 4일부터 사랑합니다를 타이틀로 서울 청담동 백운갤러리에서 30회 개인전을 연다. (백운갤러리는 명품 에트로를 수입하는 이충희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다.)
수줍은 듯한 모습의 작가는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는 화폭속 작은 호랑이를 닮았다.
전북 남원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온지 13년째지만 그는 '느림의 미학'을 놓지 않고 있다.
대학원 논문주제로 만난 '까치 호랑이'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1998년 까치호랑이를 주제로 출품한 구상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서울화단으로 튀어오르게 했다.
"평생 그림만 그리고 살겠다"며 올라온 타향살이에서 힘이 된 건 부인이었다. 한칸짜리 월세방을 얻어 한쪽은 잠자는 방, 한켠은 화실로 꾸며놓고 아침이면 일어나 화실로 들어갔다.
어슬렁거리며 익살맞은 호랑이는 4년전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호랑이는 무서움의 상징이기도 하잖아요. 부인이 호랑이띠거든요. 어떤때는 호랑이처럼 무섭기도 하고, 어떤때는 귀엽기도 하고…. 하하.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았어요."
그는 사랑, 그리움, 꽃, 계절 속에서 인간사를 작품에 드러낸다. 동화같은 작품은 전시장에서 인기다. 2010년 KIAF에서 출품작이 솔드아웃되면서 주목받았고 아트페어 그룹전에서 맨 먼저 품절된다. 드라마 '꽃보나 남자' 김현중의 방에 그림이 걸려 소녀팬들이 전시장에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전시에는 섬진강,통영을 여행하며 받은 감동을 고스란히 담아낸 신작 40여점을 선보인다.
맥반석을 갈아만든 작품은 오돌토돌, 바위처럼 단단한 느낌을 전한다. 유리액자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하다. 맥반석을 사용한 작품은 한지처럼 영원히 변치않고 튼튼하고 공기정화까지 해주는 '웰빙아트'다.
어눌한 표정과 은근짜한 몸짓의 작은 백호들이 담긴 화면은 저절로 웃음 짓게 한다. 꽃나무아래서, 꽃밭에서 부비고 노니는 호랑이들은 현대인의 고된 일상에 잊고 있던 주위의 작은 행복을 일깨운다.
화가 모용수 |
작가는 원광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북부지방법원, 삼성의료원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02)3018-2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