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서울시의 재건축 억제정책에 짓눌렸던 강남 개포지구 아파트 주민들이 대반격에 나섰다. 개포주공 1단지 조합원 등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세입자 선(先)이주'와 '민주통합당 후보 총선 낙선운동' 등과 같은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서울시의 재건축 소형주택 비율 확대 방안에 대한 개포지구 조합원들의 반발이 집단 조직화할 움직임이다.
21일 개포지구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개포주공 1·3단지 조합원들 사이에서 전ㆍ월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철거 전 아파트를 미리 비워버리자는 '세입자 선이주' 계획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선이주'의 구체적 방법까지 논의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월세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재계약을 거부, 집을 비워두겠다는 것이다. 일단 재정적인 여유가 되는 조합원부터 집을 비우고, 그렇지 않은 경우 시공사와 협의해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 지원받아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다시는 세를 놓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일단 조합원들은 이 같은 계획을 언론과 서울시에 밝힌 데 대한 효과가 있었다는 분위기다. 개포지구 한 조합원은 "20일 주공 1단지 조합원 몇몇이 서울시에 들러 세입자 선이주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와 얘길 나눴다"며 "선이주로 개포 주공 일대가 우범지역이 돼 사고라도 난다면 모든 책임은 시에서 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자 시 관계자가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해결하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전했다.
개포 주공 3단지 조합원들도 22일 서울시를 방문해 시의 소형 평형 확대 권고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합원들은 4·11 총선 투표에서 박 시장이 소속된 민주당 후보 낙선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일부 조합원들이 속속 개포동으로 이사하는 등 주소 이전 작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현재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 전체 가구의 80%는 세입자들로, 실소유자들인 조합원들은 주로 외부에 거주하는 상황. 이들은 개포주공 조합원 전체 커뮤니티인 '개포사랑카페' 등을 통해 "늦어도 22일까지 주소를 옮기면 투표할 수 있다"며 주소 이전을 독려하고 있다. 또 '박원순과 함께하는 민주당을 반대한다'는 문구 등을 담은 스티커를 제작, 자동차에 부착할 계획까지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포 주공 재건축조합 운영진 측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운영진은 "세입자 선이주 등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개포주공 1단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정비계획안은 이날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조합 운영진은 "21일 서울시 회의에 정비계획안 상정을 요구했으나 시측에서 추가 검토를 이유로 상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