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현 지도부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위시한 차기가 순조롭게 권력을 이양받을 수 있도록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안정을 추진하겠다는 신호를 대내외에 내보였다.
중국의 이런 안정의지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로 7.5%를 제시한 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중국이 그간 경제성장 목표의 하한선으로 간주해온 ‘바오바’(保八·8% 이상 경제성장)를 포기했다는 것은 성장보다는 경제안정과 민생안정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점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바오바 포기와 함께 그동안 중국인의 생활을 힘들게 했던 물가를 3.5%이내에서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도록 억제하는 한편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는 등 경제적 형평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는 성장속도를 낮추더라도 빈부격차 확대나 인플레이션 등 고성장의 후유증을 해소하고 그간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된 농민이나 도시 기층민 등의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내실성장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양회기간 정치권이나 사회분야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양회 마지막 날인 14일 원 총리가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개혁을 강하게 역설하고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을 거론하면서 중국에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이전까지는 정치개혁이나 보시라이 사안 등 민감한 문제는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또 예년과는 달리 특정인에 대해 인민일보(人民日報)나 신화통신(新華通信) 등의 매체가 집중조명을 하는 일이 없었을 뿐 아니라 튀는 발언 등으로 누리꾼의 관심을 사로잡거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들끓게 하는 인물도 없었다.
중국 매체들은 인물보다는 정부공작보고, 각 시·성 대표단들의 활동, 후진타오 등 지도부들의 원론적인 발언과 동정 위주로 보도했다.
폐막 기자회견 배경에 놓고 사전에 중국 지도부와 합의를 통한 것인지 아니면 퇴임을 앞둔 원 총리가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독자적으로 쏟아낸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이번 양회기간 정치개혁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이런 모습들은 중국 지도부가 협력과 타협 속에 국가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정치권과 사회 역시 안정가도를 달리는 등 순조롭고 안정된 권력이양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티베트 등지에서의 승려들의 분신이나 집단 시위, 광저우 등에서의 농민 시위 등 적지않은 문제가 노출됐지만 이런 것들은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대국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안정돼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민생개선과 공동부유 등을 강조하는 한편 양로보험 확대, 사회관리 강화, 의료체제 개선 등을 약속하며 일반 백성 등의 지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앞으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선출 때 도시와 농촌의 인구비례를 고려하도록 하고 당과 정부인사의 비중을 낮추기로 하는 등 선거제도를 일부 손봤으며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인권개선에도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아울러 이번 양회를 통해 ‘중국 특색사회주의’라는 독자적인 길을 흔들림 없이 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