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부문 피해 고려… 낮은 수준으로 출발해야"

2012-01-3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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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토론회

(아주경제 강정숙·박선미기자) "중국에선 매년 우리나라의 분당과 비슷한 규모의 도시가 30개씩 생긴다."

지난달 3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오늘날의 중국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정부도 중국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고 중국과의 FTA 협상에 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그 속도와 규모면에선 우리의 상상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공감한 부분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는 대(對)중 무역의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수치화된 자료가 이미 큰 의미를 상실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무역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 "FTA 통해 내수시장 선점 효과 노려야"

김석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비관세장벽이 거의 없는 데 비해 중국은 통관,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측면에서 비관세장벽이 존재한다"며 "협정문에 이 문제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수시장 선점이 그렇게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과거 중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남미나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 중심으로 경제통합을 이뤘다. 그러나 한·중 FTA에서 당시 10% 관세 양보를 보였던 중국에 같은 기대를 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성우 지식경제부 FTA팀장은 "특히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대비해 현재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 이상의 철저한 논리를 만들고 협상전력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부문의 피해를 고려해 처음에는 낮은 수준의 FTA로 출발하고, 이후 양허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산가능일반균형(CGE) 모형을 이용한 선행연구들은 상품무역의 관세 철폐 효과 위주로 한·중 FTA의 경제적 효과를 추정했기 때문에 효과를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이 관건

중국 시장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우리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전혀 다른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FTA는 종전까지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 때와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진 농림수산식품부 지역무역협정과장은 "시간이 걸려도 원칙을 잡고 중국의 내수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동안의 동시다발적 FTA 추진으로 농업계 개방 필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시간을 두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농수산부 과장은 "아세안 지역에 대한 10% 관세율을 제한하는 양허방식을 채택한 중국과의 FTA 체결에 앞서 우리도 민감품목 10%와 함께 중국의 통 큰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며 "양허제 비율에 대해 구체적 수치를 국내 추진절차 단계에서 반영해야 한다"며 "자칫하다가는 중국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관련한 한·중 FTA 협상에서의 문제제기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장흥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책임연구원은 "불법어획물은 엄연한 원산지 규정 위반"이라며 "한·중 FTA를 통해 이런 문제를 논의해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중 FTA, 동아시아 외교안보 효과 톡톡히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FTA의 글로벌 중심축(허브) 국가라는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FTA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중 FTA 체결은 양국간 경제적 사고의 의존성이 커지게 되고, 이는 정치적·외교적으로 긴밀한 협력이 생기는 동시에 국가간 갈등요인 소지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게 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대학원장은 "한·중 FTA는 양국 신뢰를 강화해 한·중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의 우방국인 만큼 북한 핵문제 등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회 쟁점은 농업…'대책마련'이 관건

한·중 FTA 중 농업분야의 피해가 우려된다. 따라서 이날 토론회에서도 쟁점은 농업이었다.

장병수 한국농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한·중 FTA와 관련, 정부의 태도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점이 우려된다"며 "긍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우리 농업 전반에 미치는 실제적인 전망도 함께 언급해달라"고 지적했다.

김진진 농림수산식품부 지역무역협정과장은 중국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지만 엄연히 사회주의 국가"라며 "한·중 FTA는 사회주의 국가와의 첫 협정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영농후계자라고 밝힌 김모씨는 "한·중 FTA는 농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농업계 내부에서도 민감품목 지정에 대한 내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농업계의 합의 결과를 들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연구위원은 중국이 완전한 시장경제가 아니라서 그 효과 또한 불확실하다는 의견에 대해 "중간평가제도(중간심사제도)로 반성하고 고쳐나가는 접근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농업대책에 대해 "직불제라든지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농민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보상제도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등의 대책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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