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4대금융지주 중 말석이던 하나금융이 자산규모 300조원대의 2위로 등극하면서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경영 효율화와 구조조정, 외환은행 노조와의 융합, 막대한 인수대금 문제가 향후 과제로 남겨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수과정에서의 혼선을 막기 위해 김승유 회장의 연임론 또한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 거대해진 하나금융, 구조조정이 관건
금융위의 인수승인으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자산 107조원을 더해 331조원의 자산을 지닌 명실상부한 국내 2위 금융그룹이 됐다. 하지만 그만큼 해결해야할 고민도 커지게 됐다.
가장 큰 고민은 거대해진 조직의 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 실제로 지난해 9월 현재 하나은행의 직원 수는 9335명, 외환은행은 7627명으로 두 은행을 합치면 1만6962명이 된다.
이는 업계 1위인 우리금융의 우리은행(1만4999명)직원들보다 많은 수치다. 더불어 외환은행 직원의 연봉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 부담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선 직원들 가운데는 외환은행보다 낮은 하나은행의 급여로 편입되고 싶지 않아 노조의 인수거부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김 회장이 누차 외환은행 직원들을 안고 가겠다고 밝힌만큼 당분간 효율적 구조조정은 요원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처럼 하나금융 밑에 2개 은행을 두는 '투 뱅크(Two Bank)'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앞서 신한금융은 조흥은행을 인수해 2003년 9월부터 2년6개월 간 더블뱅크 체제를 유지하다 2006년 4월 완전히 통합했다.
하나금융 측도 외환은행의 가치가 있는 만큼 두 은행을 통합하지 않겠다고 밝혀 투 뱅크 체제 유지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에 인수를 반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를 어떻게든 설득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록 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외환銀 인수대금도 복병
막대한 인수대금도 문제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지분(51.02%, 3억2904만주) 인수가격은 주당 1만1900원, 총 3조9157억원으로 초기인수 대금 중 11%인 4902억원을 깎았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이어 외환은행의 2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의 보유지분 6.25%(4031만4387주)를 4797억원에 매입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자체 조달한 2조2000억원 외에 1조3000억원 유상증자, 1조5000억원 회사채 발행 등 총 5조원 가량의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같은 재무부담은 장기적으로 하나금융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김승유 회장, 연임론 힘 얻나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타계할 해답으로 김 회장의 4연속 연임을 거론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참여한 김종열 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김 회장을 대신할 막강한 역량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오는 3월말 하나금융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연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연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후임자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산적한 문제가 있기에 최선의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하지만 김 회장은 1997~2005년 하나은행장 재직을 포함, 16년째 하나은행과 하나금융 수장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 논란을 잠재우고자 퇴진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의 퇴진을 가정하면 재무관료 출신으로 외환은행장 내정자인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과 은행인 출신인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차기 회장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3월 이사회를 분기점으로 숨 고르던 하나금융의 주요인사가 결정되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전반적인 전략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