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조용성 특파원) “한국 대통령의 서예솜씨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장쩌민(江澤民)전 주석의 필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예실력이 중국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중국의 잡지인 ‘중국서화예술’은 지난 3일 한국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신년휘호로 임사이구(臨事而懼)라는 사자성어를 쓰고 있는 사진을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이 잡지는 중국국제서화예술교류센터와 중국서화원이 공동으로 발행하는 격월간 잡지다. 잡지는 “임사이구라는 말은 논어에서 나온 말로 큰 일을 닥쳤을때 신중하게 대처하고 충분히 계획을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게재 이후 2일이 지난 5일 현재 1000여명이 이 포스팅을 퍼갔고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이 대통령의 사진이 잡지의 포스팅 중 가장 클릭수가 많은 게시물로 떠올랐다.
이 밖에도 중화고금이라는 잡지도 ”한국 대통령의 서예실력을 감상해보자“며 이 대통령의 사진을 웹사이트에 게재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사인 류야(劉亞)씨는 "한국 대통령이 한자를 이렇게 잘 쓰는 지 몰랐다"며 "글씨도 좋지만 뜻이 심오해 좋다"고 평가했다. 저우젠(周建)씨는 "붓을 쥐는 자세가 불안하긴 하지만 글씨는 상당히 좋다"면서 "특히 '임사이구'라는 고사는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왔지만 무슨 뜻인지 몰랐었는데 이 대통령의 신년휘호를 계기로 알게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랴오닝(遼寧)성의 한 기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이 대통령의 필체가 장쩌민 전 주석의 그것에 비견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마이크로블로그 사이트인 시나닷컴에서 한 네티즌은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쓴 ‘중지성성(眾志成城, 뜻을 모으면 견고한 성채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임)’이라는 사자성어 휘호를 올려놓고 이대통령의 필체와 비교해보자는 포스팅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전문 서화수집가인 둬훙빈(多紅斌)씨는 기자가 건넨 이 대통령의 서예사진을 보고는 "이 대통령의 서법은 규격에 맞으며 힘이 넘쳐 비석에 새겨도 될 정도의 공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한글자 한글자가 장법(章法)에 맞고 한획 한획이 정결해 온 정성을 들여 썼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다년간의 연습이 없으면 나오기 어려운 실력"이라고 평했다. 특히 둬씨는 "이 대통령이 전통의복을 정갈하게 입고 각종 서예도구를 완비한 채 집중해서 글을 쓰는 모습에서 국가지도자로서의 ‘임사이구’의 결연한 심정이 묻어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어 둬훙빈씨는 시 부주석의 휘호에 대해서는 "시 부주석의 서법은 행서에 기반을 뒀으면서도 초서를 응용했고, 글자의 배치가 꽉 들어찼으며 필치에 힘이 넘쳐 웅장하고 깊은 맛을 낸다"면서 "이는 즉흥적으로 쓴 게 아니라 심사숙고한 후 쓴 휘호임을 알 수 있다"라고 평했다. 또한 그는 "시 부주석의 서예는 중국 국가지도자들의 서법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서예실력이 중국인들 사이에 화제로 떠오른 만큼 다음주 방중기간에 서예를 소재로 공공외교에 나서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