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빌려준 돈 대부분이 대출 상환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돼 결국 은행 부실을 털어내는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지원키로 한 설 특별자금 규모는 20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11조2000억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조5000억원에서 올해 지원 규모를 5조원으로 확대했다. 지원 한도는 업체당 5억원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지난해 1조원씩 풀었지만 올해는 각각 3조원과 2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 은행권 최대 규모인 3조2000억원을 지원했던 산업은행과 2조원을 지원했던 농협은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자금을 공급키로 하고 최종 조율 중이다.
국민은행은 큰 방향을 지난해보다 늘리는 쪽으로 잡고 구체적인 금액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지방은행인 부산·경남·광주은행 등도 중소기업에 특별자금을 공급키로 결정했다.
은행들이 설 특별자금 지원액을 늘린 것은 지난해부터 심화된 유로존 위기에 내수까지 위축되면서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설 연휴 전후로 자재 구입비와 직원 상여금 등 자금 수요가 많아 중소기업들의 지출 규모가 늘어나는데 반해 경영난으로 필요 자금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해도 중소기업의 유동성 부족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대출 상환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은행의 대출 연체율을 낮추고 부실채권을 줄이는 효과가 더욱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특별자금을 대출받아도 절반 이상은 만기 도래한 대출금 상환에 쓸 계획”이라며 “직원들에게 상여금도 지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