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법원 2부는 고교 시절 집단 괴롭힘을 당한 김모(22) 씨와 가족이 가해 학생 7명과 그들의 부모, 학교 운영자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연대해 5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신지체 2급의 지적 장애가 있는 김씨는 지난 2006년 지방의 한 일반 공립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급우들은 김씨를 바보라고 놀리며 교실에서 뺨을 때리곤 했다. 가을소풍 때는 물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김씨를 빠뜨릴 것처럼 장난을 치고 겨울철엔 난로에 데워진 뜨거운 동전을 줍게 해 손가락에 화상을 입게 하기도 했다.
1년 이상 계속된 집단 괴롭힘에 김씨는 2007년 12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씨와 가족은 급우들의 이유 없는 폭행과 괴롭힘으로 환청, 환각, 대인공포 등 정신분열증이 생겼다며 학생과 학부모, 지자체를 상대로 7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가해학 생들의 행위를 따로따로 보면 그저 남학생들끼리 장난을 치는 것으로 볼 가능성도 있지만, 1년여간 지속적으로 놀리고 때리는 상황을 당하는 처지에서는 단순한 장난이 아닌 집단 따돌림으로 느낄 수 있다”며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괴롭힌 끝에 김씨에게 정신분열증이 생겼으므로 치료비,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가해 학생 부모에게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친구에게 집단 괴롭힘을 하지 않도록 보호·감독을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을 인정해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또 쉬는 시간, 점심시간, 소풍 때 발생한 가해행위를 담임교사가 알면서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기에 학교 운영자인 지자체는 교사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어 김씨의 부모가 김씨를 일반학교에 진학시킨 점, 괴롭힘을 당한 이후에도 특수학교에 전학시키지 않은 점에 대해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