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한때 9조원을 넘어섰던 자문형 랩어카운트(이하 자문형 랩) 시장이 하반기 들어 7조원 밑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에는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돌풍을 주도할 만큼 위세를 떨쳤지만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손실률이 20%를 넘는 자문형 랩도 나오며 사실상 리스크관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문형 랩의 10월말 기준 계약자산은 6조925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되던 추세가 10월 들어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규모는 지난 5월 대비 3분의 1선까지 밀렸다. 사실상 올 초 이전 수준으로 규모가 줄어든 것.
계약자산 감소는 올해 상반기까지 20%가 훌쩍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던 자문형 랩 성적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폭락한 탓이다. 20%를 웃돌던 수익률은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자문사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한 대형 증권사가 판매한 자문형 랩 가운데 브레인투자자문의 상품은 지난 16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 -14% 가량 하락했다. 최근 6개월 성과는 -20%를 넘어섰다. 또한 레이크(-28.51%) 오크우드(-26.03%) 코스모(-18.50%) 브레인1호(-18.79%) 창의(-14.60%) 프렌드(-14.01%) 등 주요 자문사를 포함, 대부분이 15~20%대 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에 벌어놓은 수익을 하반기에 완전히 까먹은 셈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자문형 랩의 ‘봄’은 재현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신뢰 상실이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시장도 2007~2008년 열풍 이후 신뢰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자문형 랩도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헤지펀드가 경쟁상품이라는 점에서 고액 자산가들이 자문형 랩보다는 헤지펀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 타깃이 중첩된다는 점에서 자문형 랩으로 추가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