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범국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
좋은 식품, 안전한 식품, 멋진 식품에 대한 연구·개발로 세계 식품시장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동북아 식품시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국가식품클러스터가 2015년에 완성된다. 이에 필자는 우리나라 식품시장의 발전방향을 이끌어줄 세 가지 식품 이야기를 소개한다.
첫째 좋은 식품. 세계 최고의 인삼 대국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아니라 인삼 한 뿌리 나지 않는 스위스다. 다국적 제약회사 베링거 인겔하임의 자회사인 파마톤사가 인삼 사포닌으로 만든 자양강장 캡슐 '진사나(Ginsana)'로 해마다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진사나는 인삼의 표준화연구(R&D)를 통해 사포닌의 함량을 규격화하고,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물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기능성 소재 발굴과 제품화에는 장기간·고비용이 요구되어 지속적인 R&D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기업의 영세성·단발성 투자 등으로 체계적 R&D가 미흡했다. 실제로 헛개나무 열매로 만든 기능성음료를 시판 중인 모 음료회사의 경우 개발에 7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식품 기능성 평가 R&D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둘째 안전한 식품. 일본 최대의 유제품 업체로 유키지루시 유업이란 식품회사가 있었다. 한때 일본의 국민 브랜드로까지 평가되기도 했지만 잘못된 품질관리로 인해 2002년 파산했다. 2000년 6월 유키지루시가 공급한 우유를 마신 후 1만명이 넘는 식중독환자가 발생해 기업 이미지가 결정적으로 실추된 것이 원인이었다.
201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자료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식품 구매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으로 안전성을 꼽는다고(40.5%) 나타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처럼 품질안전이 식품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지금, 국가 차원의 식품 품질 안전 R&D체계를 준비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셋째 멋진 식품. 전남 장흥지역에서 건강음료를 만드는 중소기업 피엔케이는 패키징(식품포장)을 바꾸고 나서 종전에 연 매출 1억원이던 것이 2년 만에 20억원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젊은층의 수요가 많아지고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로 수출도 하고 있으며, 지역 우수 중소기업상을 받고 지역 육성사업으로 선정될 만큼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게 됐다.
이제 식품도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도입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다. 그래서 기능과 디자인을 고려한 식품포장의 설계·제조·검사를 지원하여 상품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수출을 늘리도록 지원할 선진국 수준의 식품 패키징 R&D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세계 자동차산업 규모보다 3배 이상 큰 식품시장(약 5조 달러)은 이처럼 기능성·안전성·패키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푸드밸리와 스웨덴 외레순 등은 식품클러스터 내에 최고의 R&D 인력과 시설을 갖춘 결과, 기업이 선호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클러스터의 연 매출이 600억 달러가 넘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 전북 익산에 R&D와 수출에 중점을 두는 식품전문 산업단지인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이곳에 식품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입주할 부지를 만들고 식품 기능성·안전성·패키징의 3대 R&D센터와 파일럿플랜트, 임대형공장 등 선진형 기업 지원시설을 갖춘 식품종합단지를 조성한다. 나아가 식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기업·대학·연구소 간 R&D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주거·교육·문화시설 등 선진국 수준의 정주환경을 갖춘 배후도시를 만든다. 식품의 제조에서 유통·소비(수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되고 체험·전시, 식품축제를 통한 농어업-식품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글로벌 식품연구 산업단지가 탄생하는 것이다. 동북아 식품시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역사적 발걸음에 식품기업과 연구기관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