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사상 처음으로 미국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에서 한해 동시에 상금왕이 된 루크 도널드(34·잉글랜드)는 ‘화려하지 않으면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다. 드라이버샷 거리는 평균 284야드(약 260m) 나가고, 메이저대회 타이틀은 없지만 올해 158억원의 상금을 챙겼다.
그는 장타력만 갖추지 못했을 뿐 다른 약점은 찾기 힘들다. 그 가운데서도 기복없는 플레이(일관성), 송곳같은 아이언샷, 쇼트게임과 퍼트, 벙커샷과 스크램블 등이 돋보인다.
1주전 남아공션사인투어 네드뱅크골프챌린지 4라운드에서 도널드와 동반플레이를 한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 프로는 "거리는 별로 안 나는데 아이언샷이 뛰어나 버디 기회를 만들더라. 모든 샷을 무리없이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날 도널드의 퍼트는 몇 차례 홀을 스치고 나왔는데, 7-8m거리에서도 볼은 어김없이 홀을 향하더라. 퍼트 솜씨가 정말 대단하더라. 벙커샷은 그날 한 번밖에 보지 못해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한다.
도널드는 “350야드를 날리지 않고도 버디를 할 수 있는 길은 많다”고 주장한다. 그의 플레이 가운데 쇼트게임과 벙커샷 비결을 알아본다.
◆“칩샷은 가속과 낮은 피니시가 관건”
도널드는 그린을 적중하지 못한 홀에서 파(버디)를 잡는 확률인 스크램블이 63.7%에 달한다. 미PGA투어 랭킹 8위다. 쇼트게임을 잘 하는 덕분이다. 그는 “칩샷을 성공하려면 볼에서 클럽헤드를 가속해주고 피니시를 낮게 하라”고 조언한다. 간결하고도 단호하게 다운워드로 임팩트를 하고, 임팩트 후에도 클럽헤드는 왼 무릎아래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 도널드는 “아마추어들은 백스윙은 짧게 하고 폴로 스루는 크게 하려하기 때문에 클럽헤드가 일찍 최저점에 도달하고만다. 이러면 토핑이나 뒤땅치기, 심지어는 ‘두 번 치기’(더블 히트)까지 나온다”고 지적한다.
그는 2008년 US오픈 4라운드 때 러프샷을 하다가 왼 손목을 다쳐 6개월간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그 때 집 옆 레인지에서 칩샷과 퍼트연습에 몰두한 것이 그를 ‘쇼트게임의 1인자’로 만들었다. 당시 그를 지켜본 잭 니클로스는 “도널드는 칩샷과 퍼트를 계속 했다. 어디 갔다 와서 보면 또 칩샷과 퍼트연습이었다. 나중에는 연습그린이 닳아질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최경주 능가하는 ‘벙커샷의 달인’
도널드의 샌드 세이브(그린사이드 벙커에서 2타안에 홀아웃하는 능력)는 미PGA투어에서 2009년과 2010년엔 1위, 올해는 59.9%로 이 부문 5위다. 유럽투어에서는 2010년 1위였고, 올해는 72.7%로 3위다. 지난해 미PGA투어에서는 ‘18회 연속’ 샌드 세이브를 한 적도 있다. 이처럼 볼이 벙커에 들어가도 파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으니 그만큼 어프로치샷도 편하게 하는 선순환을 하고 있는 셈.
그의 벙커샷 원칙은 ‘어드레스 때의 페이스 로프트를 임팩트 때까지 유지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벙커샷은 웨지를 오픈한 채 접근하는데, 이 오픈 상태를 임팩트 때까지도 그대로 고수하라는 말이다. 페이스를 열었으면 그 상태대로 볼에 접근해 볼 뒤 일정 지점을 쳐주면 볼은 벙커에서 탈출한다는 것. 도널드는 벙커샷을 할 때 ‘U 스윙’을 할 것을 강조한다. 클럽헤드가 볼 주변 모래를 미끄러지듯 스쳐지나가며 ‘U자’ 궤도를 그려야 한다는 것. 클럽헤드 움직임이 급격하여 궤도가 ‘V자’를 그리면 볼을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밖에 왼손등이 목표라인과 스퀘어를 이루는 그립(위크∼스퀘어)을 하고, 벙커를 두려워하지 말 것 등도 그가 벙커샷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