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는 식당 주인들 10만여명이 결집해 이른바 솥뚜껑 시위를 펼쳤다. 높은 카드수수료율을 낮추고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상시화해 세금부담을 줄여달라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였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전국 유흥업소 등 유흥업소 영업자들이 동맹휴업으로 가게 문을 닫고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 모였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주목할 점은 이익단체들의 시위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도 최근 자영업자들의 몸부림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가 의제매입세액공제 영구화를 추진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고, 카드사들은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1.8%대까지 낮추기로 했다.
카드수수료율은 자영업자들이 요구하는 수준(1.5% 이하)에 못 미치는 상황이지만 자영업자들의 집단행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다음 행보도 주목받을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집단행동 결과물은 총선과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의 표심잡기 전략과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자영업자는 통계에 잡히는 숫자만 573만명에 달한다.
실제로 10월 식당 주인들의 대규모 시위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일몰과 연장을 반복할 게 아니라 법제화해야 한다"고 지지를 표시했고, 장충체육관 시위에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카드수수료율 인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정치권 핵심 인사들이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동조하면서 정부와 금융사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재정부는 조세형평이 저해된다며 폐지하려 했던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를 스스로 영구화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이익단체의 편에 서면서 관련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해결해야 하겠지만, 제도개선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