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기업은 D램 전쟁에서 한국에 완패했다. 삼성전자가 또다시 물량공세로 이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두 번째 치킨게임의 시작이다.
◆뜨거운 낸드플래시 시장
6일 업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의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D램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 등의 판매량 증대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증가했다. 반면 D램이 사용되는 개인용 컴퓨터(PC) 시장 규모는 정체를 보이고 있다.
세계 반도체협회(WSTS)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세계 낸드플래시 매출액은 25억5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44% 급증했다. D램 매출액은 24억1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WSTS가 낸드플래시 데이터를 발표한 것은 2004년 1월부터다. 당시 낸드플래시 매출액은 D램의 32%에 불과했다. 8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주력이 D램에서 낸드로 바뀐 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9%로 8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는 일본 도시바로 35.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3위 싸움도 치열하다. 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10.7%. 4위 미국 마이크론(10.8%)에 불과 0.1% 포인트 앞서 있다.
◆왜 중국 일까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에 따르면 2010년 2900만대였던 중국 휴대형 PC 출하량이 2013년 7000만대로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데스크톱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도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는 이유다. 로베르타 코자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러시아의 급속한 스마트폰 판매 증가가 글로벌 판매 물량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미·일·대만 "2006년 악몽 재현되나"
2006년 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을 늘리며 선제공격에 나섰다. 일본과 대만 업체들은 제휴와 증산으로 맞섰다.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D램 시장점유율은 66.5%에 달한다. 사상 최대 수치다.
한국 기업들이 공급과잉으로 몰고 가며 급격한 가격하락을 불러온 치킨게임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전동수 삼성전자 DS총괄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메모리 치킨게임은) 알다시피 끝난 것 아니냐"고 말해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컨설팅 업체 베인&컴퍼니가 1990년대 초 경기 침체기의 기업지위 변화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하위 25%에 속했던 기업 5개 중 1개가 상위 25% 내로 부상했다.
상위권 기업들의 공통점은 위기상황이 예견됐을 때 핵심 사업을 선택, 이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