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회장은 6일 팬택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이달말 부회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주말에도 근무하는 등 이런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했지만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약속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면서 “지금은 일정 기간이라도 휴식이 필요한 기간이 됐고 체력 정신적으로도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사퇴 의사는 팬택 부회장 자리에서 이달 말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계열사 대표이사직은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그동안 회사가 어려워져 워크아웃 기간까지 5년반 동안 모든 노력을 다해 준 팬택의 구성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지난 5년간 참고 기다려준 채권단 산업은행을 비롯한 많은 채권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의 결정은 팬택의 워크아웃이 이달 말일까지 약정된 상황에서 자신이 깨끗하게 물러나면서 회사 회생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부회장은 "이달 말까지 채권단 주도로 대주주다운 걸맞는 행동 하리라 본다"고 채권단에 회사 회생을 위한 자금 해결을 촉구했다.
일부 채권단에서 비협약 채권 2300억원의 마련 방안을 반대하면서 팬택은 워크아웃이 연장될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워크아웃의 연장을 막기 위해 박 부회장은 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채권단이 현재 회사의 주인으로 중요한 기로에 놓인 회생을 위해 자금을 해결해 달라는 의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17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의 상황에서도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졸업시켜 주지 않게 되면 더 일할 의욕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항의의 표시로 해석된다.
겉으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퇴 원인으로 밝히고 있지만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속히 결정하도록 하기 위한 촉구의 의미가 들어 있다.
박 부회장은 이달 말 사퇴로 내년 3월말까지 근무해야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도 자동적으로 포기하게 된다.
보유 스톡옵션은 지분 10%로 이를 행사하게 되면 시가 987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상태에서 경영권과 채권단이 분리돼 있어 하루 빨리 일치된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주주가 경영의 요체로 경영에서 얻어지는 이득이 일체화되지 않고 책임까지 일체화되지 않으면 경영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대주주 경영 책임의 리스크 감당에 따른 이득이 일체화될 수 있도록 채권단이 빨리 결정해야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곤란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사퇴 이후 팬택 경영권 복귀 의사도 내비쳤다.
사퇴하더라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인수합병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경영권 참여 결정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박 부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의 행사와 펀드 조성을 통한 경영 복귀 여부에 대해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다시 복귀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채권단이 박 부회장의 결정에 화답해 필요자금 조성에 나서 예정된 워크아웃 졸업이 올해 안에 현실화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