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올해 국내 영업실적에서 선방한 삼성증권이 해외분야에서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글로벌 IB(투자은행) 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대표적인 해외법인인 홍콩법인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 최대 규모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손실을 내 타 증권사 해외법인과 비교되며 그 존재가치를 의심받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011 회계연도 상반기 해외법인으로부터 사들인 상품·용역 매입 물량이 113억7100만원어치로 전년 동기 대비 2423.68% 증가했지만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홍콩법인은 올 상반기 본사로부터의 매입규모가 39억700만원으로 전년대비 2220%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440억원84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뉴욕법인과 런던법인도 본사로부터 각각 33억6200만원, 41억100만원어치의 상품·용역 매입 지원을 받았음에도 순이익은 6억2000만원과 3억6800만원으로 매우 저조했다. 뉴욕법인과 런던 법인의 매입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1746%, 4000% 늘었다.
잇따른 적자를 보이는 삼성증권 홍콩법인에 대해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법인 브로커리지와 IB 업무를 영위하는 삼성증권 홍콩법인이 아직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홍콩, 뉴욕, 런던 등 삼성증권의 3대 해외법인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분기 -219억원에서 올해 1분기 -123억원으로 손실 규모를 축소했으나 2분기에는 -166억원으로 적자폭이 재차 확대됐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측은 해외법인들에 대한 늘어난 매입규모는 회계기준의 수익배분 방식이 변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는 본사에서 기관들의 해외주식 거래 주문을 받아 해외법인이 주식을 산 거래에서 본사와 해외법인이 서로 수익을 배분했었다”며 “그러나 올해에는 이에 대한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본사가 해외법인에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투자손실이 모두 해외법인에 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함께 해외법인에 대한 역량을 키우고 있는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올 상반기 241억9000만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시장에서는 경쟁사보다 2배 가량 많은 순이익을 올린 삼성증권이 해외에서는 미래에셋증권에 사실상 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 투자은행(IB) 시대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지사의 영업 실적은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 및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진출이 활발하지만 그 실적은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형IB 시대에서 는 해외 지사의 영업실적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