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경제과 일자리센터 이유미(사진). |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는 것은 이렇듯 아련한 감상에 젖게 한다.
그 감상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연유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서 어떤 희망을 보고 싶은 것일까?
올해 들어 벌써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자리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이 숫자 속에는 300가지가 훨씬 넘는 사연이 담겨있다.
버스시간을 기다리며 편한 마음으로 다녀가는 사람들을 비롯해 당장 내일의 수입이 걱정돼 다급한 마음으로 찾아오시는 분,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직접 찾아오시는 업체 사장님들, 좋은 곳 취업시켜 줘서 고맙다고 들르시는 분, 취업이 안돼 몇 번이고 오셔서 문의하시는 분들로 늘 바쁘다.
이분들을 위해 동행해 면접을 나간 것만도 100번이 넘고 많은 경우 취업에 성공하게 된다.
그래도 가장 반가운 것은 취업한 직장에 만족하며 오래도록 근무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다.
하지만 몇 번이고 좋은 일자리라 생각해 알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능력 있는 분이 오셔도 마땅히 알선할 자리가 없을 때 너무도 안타깝다.
이를 위해 2012년에는 사무실에서 구인·구직자를 기다리는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가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녀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할 예정이다.
보다 더 안정적이고 만족할만한 일자리를 찾아내 구직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군민과 관내 업체에도 큰 도움이 주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나라의 고용동향을 보면 중장년층 구직활동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가평군 일자리센터를 찾는 방문자나 전화상담 대상자들도 40대를 넘어서 연세가 지긋하신 사람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이 상대적으로 수월해 스스로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정보를 얻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이 사람들은 취업의 첫 관문인 면접에 대한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일자리센터에서는 구직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듯 어떤 자리에서건 준비된 인재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면 취업성공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이력서 작성 및 면접기술 등의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성들은 능력과 경력이 있음에도 상당 기간 가사활동으로 자신감이 위축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자신감은 물론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 정립에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취업 현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탁 기술교육 등을 통해 임시·일용직보다 상용직으로의 취업을 목표로 할 것이다.
이러저러한 성과로 얻어진 나의 보람이 구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기쁨에 비기랴.
긴 인생을 살아온 듯 여겨지는 올 한 해가, 이렇듯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얼굴로 범벅일진대 이 지면에 다 풀어낼 수 없는 이야기는 내가 아직 감지조차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막연하게나마 체득한 것은, 그저 하나하나의 사연 뒤에는 평생을 두고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으며, 한달 한달의 수입이 안온한 삶의 공간을 제공하는 유일한 연원이라는 것이다.
이 깨달음이 상담사로서의 존재를 가치 있게 한다. 가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이유가 된다. 그러니 이곳을 찾아와주시는 수많은 분들이 일자리센터의 멘토이다.
올 한 해가 저물어간다.
다시 맞는 아침에 어떻게 일자리센터를 다시 꾸려가야 하는지 마음을 다잡아본다.
지금 머리 속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연들이 그저 낱낱의 인생 뿐만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센터에서 다 돕지 못한 취업의 꿈, 300명 외에 더 무수히 기다리고 있는 분들을 기억해야 한다. 이분들의 얼굴에서 비로소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