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티 총리가 ‘이탈리아 살리기(Save Italy)’로 명명한 총 300억 유로 규모의 재정감축안은 공공지출 축소, 요트 등 고가물품에 대한 세금 신설, 부가가치세 인상, 탈세 단속 강화, 연금 지급개시 시점 연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몬티 내각은 5일 오후 하원과 상원에 재정감축안을 제출하고 의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유럽과 세계의 눈이 이탈리아와 바로 이 의사당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유로화의 미래 역시 이탈리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큰 희생’은 시한이 있을 것이고 공정하게 배분될 것이며, 이탈리아 사회가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감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오는 8일과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재정위기 타개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로존의 ‘태풍의 눈’으로 불리는 이탈리아가 강도높은 재정감축안을 내놓자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채권 유통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 국채의 금리는 이날 오후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2베이시스포인트 하락한 5.96%를 기록, 10월 말 이후 처음으로 6%대 아래로 내려갔다.
또 2년 물 국채 금리도 1.06% 포인트 하락한 5.51%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10년 물 국채 금리 역시 56베이시스포인트 떨어진 5.12%를 기록해 동반 하락세를 보였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는 이탈리아의 과감한 재정감축 계획 발표와 함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날 구속력있는 재정통합을 골자로 하는 ‘EU 안정·성장 협약’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 주요 언론들도 대부분 재정감축 계획에 지지를 보냈다.
일간 라 스탐파는 “모든 이들에게 달갑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으며, 바로 지금 이탈리아가 그런 시점에 있다”며 재정감축안은 “쓰디쓴 약이지만 이탈리아를 구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총리 스스로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이탈리아 국민들로 하여금 희생에 동참토록 했다”고 논평했다.
반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끌던 중도우파 연정을 지지했던 언론들은 몬티 내각의 재정감축안을 평가절하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가족이 소유한 일 지오르날레는 엘사 포르네로 복지장관이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긴축안에 포함된 연금개혁안을 설명하다가 눈물을 보인 데 대해 “정부는 눈물을 흘리지만, 우리는 더 큰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썼다.
또 일간 리베로는 “정부는 눈물을 흘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를 옥죄고 있다”고 폄하했
다.
몬티 총리가 재정감축 및 성장촉진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와 정치권을 설득해내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계는 연금 개혁안이 “사회적으로 수용 불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철강노조인 FIM-CISL은 오는 7일 2시간 파업을 실시하겠다며 “결국 희생은 급여로 생활하는 근로자와 연금 생활자, 사회의 취약 계층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제출한 재정감축안은 60일 이내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원내 2당인 민주당도 지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몬티가 재정감축안 표결에서 승리하려면 신임 여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가 전했다.
또 움베르토 보시 당수가 이끄는 북부연맹은 연금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