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차장 |
산하단체장 제청권을 갖고 있는 홍 장관 역시 140여일만에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에서 장관으로 영전한 뒤여서 뒷말들이 무성하다.
5일 김정관 2차관이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자진사퇴했다. 물러나는 김 전 차관은 승진, 임명된 시기도 지난 5월이기 때문에 재임 기간이 불과 6개월여 불과하다.
후임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지내고 있는 조 석 전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이 내정됐다. 지난 5월 성장동력실장 직함을 마지막으로 지경부를 떠나 8월5일 산단공 이사장에 취임한지 4개월만이다.
물론 조 내정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김 전 차관이 그동안 9·15 정전사태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거론하며 적절한 시기에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런 면에서 청와대와 지경부 주변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불명예 퇴진한 최중경 전 장관이 더 이상의 책임공방이 없기를 바랬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직안정을 꾀하려다 되려 불안심리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김 전 차관 퇴진은 모양상으로는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상 경질인사라는 의구심을 사고 있는 이유다.
산단공 내부에서도 섭섭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완곡하게 말해 섭섭하다는 정도이지 비판적으로 보자면 한마디로 무시당한 모양새로 정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일터 혁신 사업인 ‘QWL밸리’ 프로젝트 등 산단공의 숱한 과제를 남기고 4개월만에 짐을 내려놓고 가는 수장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산하기관의 혁신보다는 중앙행정의 중심 잡기가 더 중요하다는 명분이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산하기관장을 급하게 이동시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차관의 내정은 호남인맥이라는 점에서 얼핏 보면 지역안배라는 명분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같은날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이 사퇴하고, 후임에 송종호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내정된 것을 보면 빛이 바랜다. 송 내정자는 현 정부의 정치적 고향인 이른바 ‘TK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내년 대선까지 사실상 1년을 남겨둔 이명박 정부가 제한된 인력풀을 돌려가면서 ‘돌려막기 인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석중인 자리에 ‘누구 누구가 간다더라’ 하는 말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산하기관장에 대한 이 같은 후속 인사는 이미 내정된 상태에서 전임자들에게 사퇴를 강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과천 경제부처는 앞으로도 내년 총선을 겨냥해 차출된 인사들의 수요가 잇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공언한대로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려면 무엇보다 예측가능한 인사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청와대 인사라인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