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일부 시위세력이 대권 후보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前)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별도의 ‘구국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나서 군부의 입지가 더욱 위협받게 됐다.
26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 시내에서 경찰 차량이 군부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던 19살 청소년을 아흐메드 사에드 소루르를 들이받았고, 이 청소년은 사망했다.
당시 이 청소년은 군부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총리를 지낸 카말 간주리를 신임 총리로 내정한 데 항의하는 연좌시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성명을 통해 “시위가 열렸던 내무부 청사 밖에서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경찰의 차량이 뜻하지 않게 소루르를 친 것”이라고 해명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28일 실시될 총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시위 참가자 아이다 세이프 엘-다울라는 “타흐리르 광장 등지에서 국민을 죽인 자들이 총선을 감독할 것 아니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시위자는 “일단 투표장으로 가겠다. 투표하고 나서 다시 광장에 돌아와 시위할 것”이라며 무바라크 퇴진 이후 처음 실시되는 자유총선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있는 시위자 1만여명이 27일 또 한 차례 대규모 시위를 열 예정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4개 단체가 엘바라데이를 주축으로 자신들만의 구국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도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이들은 군부의 권력이양을 요구하면서 구국 정부를 구성해 엘바라데이와 여러 정치적 성향을 아우르는 대표들에게 운영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엘바라데이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계획에 찬성하며, “자신에게 공식적인 제의가 들어오면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새 정부를 통한 민주주의 이행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는 26일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SCAF)의 후세인 탄타위 사령관과 만나 시위대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논의했으나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